내일의 눈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것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1호 당론법안이면서 이재명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명시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반대 1표, 무효 1표가 나왔다. 개혁신당은 노란봉투법에도 반대의견을 냈다. 민주당 주도의 ‘입법 강행 드라이브’에서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이탈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며 중도보수쪽에 깃발을 꽂은 개혁신당은 민주당 주도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13조~18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악법”이라고 했다. “거부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남발하는 대통령의 책임”과 함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재표결,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게 뻔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저의”도 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주도의) 탄핵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며 “참을성 없는 선제적 탄핵 남발은 과유불급”이라고도 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반발해 민주당을 나온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새로운미래 역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무책임하고 천박한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170석의 거대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소수의 ‘다른 목소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언제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거나 “탄핵을 향한 마일리지만 스스로 쌓아가고 있다”며 조만간 윤석열정부가 제풀에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일부 소수정당의 이탈에도 지난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같은 옷을 입은 소수정당들과 조국혁신당만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생각이 다른 정당을 설득하고 이견을 좁히는데 시간과 노력을 쓸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윤 대통령 못지않게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평가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 주도의 입법 강행, 여당의 필리버스터, 대통령 거부권, 재상정 부결, 폐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21대 국회부터 반복돼 국민들의 피로도는 이미 임계치에 가까워진 듯하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악순환의 무한반복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만 돌아갈까.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것은 지지층이 원하는 ‘성과’가 아니라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뭐가 달라질까’에 대해 지금껏 민주당이 보여준 대답은 윤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권력(입법권)자의 일방통행’이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아보려는 노력만으로 ‘다름’을 보여줄 수 있다. 당 안팎의 ‘다른 목소리’를 대하는 태도가 그 바로미터다. 방향이 옳다면 속도는 다소 늦어도 괜찮지 않을까.
박준규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