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권 성큼…최고위 경쟁은 안갯속
호남 경선 독주체제 재확인
최고위, 지명도·지역연고 변수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호남권 순회경선을 마친 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86.97%(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득표율로 독주체제를 이어갔다. 최고위원 경선에선 김민석 의원이 ‘명심(이재명 의중)’을 앞세우는 선거운동으로 정봉주 전 의원과 선두경쟁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이재명 후보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두관 후보는 당내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과거 군사정권 시절 하나회에 빗대며 반전을 노렸으나 대세론을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는 10일 경기도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독주체제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지도 중심으로 진행되던 최고위원 경선은 지명도·지역연고 등 변수 등이 작동하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기 지도부를 놓고 당사자들의 열띤 경쟁과 달리 당원들의 참여 열기는 30% 아래로 내려오면서 약화된 양상이다.
이재명 후보는 3~4일 진행된 호남권 경선에서 민생이슈를 강조하며 전당대회 이후 당 운영 계획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이 후보는 전북에서 84.79%를 득표한 데 이어 5일 광주에서 83.61%, 전남에선 82.48%의 득표율을 올려 누적 득표율 86.97%를 기록했다. 90%대의 기존 누적득표율에서 소폭 줄었지만 호남 권리당원 수만 40만8000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의 대표 연임에 대한 사실상의 추인이 이뤄졌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민주당 조직의 핵심 축인 호남에서 대세론을 인정 받은 이 후보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경기도 경선에서는 득표율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두관 후보는 호남 경선에 앞서 대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우리 당의 운명은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좌지우지한다.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강성 원외 인사들의 조직이었던 혁신회의가 전국 곳곳을 장악해 가면서 다음 지방선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이를 가능케 하는 게 이른바 ‘당원 중심 정당’이라며 “정당 활동 경험이 적은 팬덤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의사 결정에 동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소수 강경 개딸들이 당을 점령했다”고 발언하는 등 이재명 후보 강성 지지층이 외연확장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 후보의 이같은 주장은 적잖은 당내 반발을 불러왔으나 이 후보는 전남 경선 후 “다양성이 생명인 민주 정당에서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면서 논쟁이슈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김 후보는 호남 경선 후 11.5%까지 득표율이 소폭 상승했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김 후보는 이번주 경기도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정부의 평화정책을 계승하겠다면서 ‘한반도 전쟁 방지와 평화를 위한 초당적 시국선언’을 제안했다.
대표 경선이 독주체제로 끝나가는 반면 최고위원 경선은 안갯속이다. 이재명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김민석 후보가 누적 득표율 17.58%를 기록, 정봉주 후보(15.61%)를 제치며 처음으로 선두에 올라섰다. 한준호 후보는 전북 경선에서 1위를 하며 3위로 올랐고, 최하위권이던 민형배 후보는 광주·전남권 득표를 기반으로 ‘당선 마지노선’인 5위로 올라섰다. 경선 초반에는 인지도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지명도와 지역연고 등이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누적 득표율은 김민석(17.58%), 정봉주(15.61%), 한준호(13.81%), 전현희(12.59%), 민형배(12.31%), 김병주(11.82%), 이언주(11.17%), 강선우(5.12%) 순이다.
●시·도당 위원장 친명경쟁 치열 = 한편, 이번 순회경선에서는 시·도당 위원장 선출도 이뤄졌다.
전남·북도당위원장에는 주철현(전남 여수갑) 이원택(전북 군산김제부안을) 의원 등 재선의원이 각각 단독 입후보해 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광주광역시당 위원장 경선에선 양부남(광주 서구을) 의원이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와 경선에서 승리했다. 양 의원은 권리당원 득표율 65.41%·대의원 득표율 68.88 등 합산 최종득표율 65.85%를 기록, 31.58%(권리당원 득표율 34.39%·대의원 득표율 31.12%)를 얻은 강위원 상임대표를 앞섰다. 대검 형사부장, 광주지검장·부산고검장 등을 지낸 양 의원은 “당원 주권 시대를 명실상부하게 이어가고 열심히 싸운 강위원 후보와도 힘을 합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0일 치러지는 경기도당 위원장 경선도 관심사안이다. 강득구(안양만안)·김승원(수원갑)·민병덕(안양동안갑) 의원 등 현의원 3명이 출마한 가운데 저마다 이재명 대표와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승원 의원은 ‘국민 옆에 이재명 당원 옆에 김승원’, 민병덕 의원은 ‘당대표는 이재명 경기도당위원장은 민병덕’, 강득구 의원은 ‘이재명과 정권교체 경기도당위원장은 강득구’를 내세웠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