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주차장 화재 결국 ‘재난’ 됐다
1581세대 수도공급 중단, 일부 단전도
313명 이재민 발생, 재난지역 지정요구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결국 아파트 전체를 재난지역으로 만들었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전체에 수도 공급이 끊기고 일부 동에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생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임시복구에만 6~7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별재난지역 지정 요구까지 나온다. (내일신문 8월 2일자 4면 참조)
5일 인천 서구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1581세대 규모 청라동 아파트의 수도와 전기 공급이 5일째 차질을 빚고 있다. 아파트 전체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아파트관리소 측이 복구를 서두르고 있지만 화재로 인해 약해진 구간이 재차 터지면서 다시 중단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이르면 6일쯤 수도 공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부 세대의 경우 단수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기도 문제다. 이번 사고로 3개 동 전체와 1개 동 일부 세대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해당 동 480여 세대 주민들은 모든 가전을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승강기 운행도 멈추면서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현재 복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고 발생 일주일만인 7일 오후에나 임시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뜻하지 않은 이재민이 발생하자 관계 당국은 주변지역 행정복지센터와 학교 체육관, 이웃 아파트 경로당 등 7곳에 임시대피소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현재 피해 아파트 주민 313명이 임시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파트 주차장 일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아파트 초·중학교 운동장 3곳을 임시주차장으로 개방했다. 또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하루 2차례씩 물차를 보내 식수를 공급하고 있고, 서구보건소는 이재민들에게 마스크와 구급약 모기기피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동식 화장실 7곳을 설치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한 샤워차량도 운영 중이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사고 발생 직후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소집해 피해복구에 나섰다”며 “연일 30도 이상의 무더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도와 전기가 끊기면서 아파트 전 입주민에게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가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해당 아파트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손범규 국민의힘 인천시당위원장은 4일 “청라 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해 피해 주민들에 대한 신속한 지원과 복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이전하는 대책을 관련기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 중이던 전기차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이 지하주차장 전체로 번지면서 발생했다. 이 불로 연기를 흡입한 주민 23명이 병원치료를 받았고, 사고 차량과 같은 주차공간에 있던 차량 140여대가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72대는 전소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지하공간 전기차 화재가 심각한 사회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차량 1대에서 발생한 사고가 15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전체를 재난지역으로 만든 셈이다.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가 누적 60만대를 넘어선 데다 최근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전기차 화재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도 지하공간 전기차 화재를 잠재적 재난 위험요인 중 하나로 보고 특별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관련 대책이 더딘 상황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