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정국도 ‘답답’… 여야 “네 책임” 버티기

2024-08-05 13:00:02 게재

‘단독입법→거부권→재표결→폐기’ 되풀이

여 “야당 무리수 역풍” “입법 없이 국정 가능”

야 “여권 국정책임 커져” “여론 대변” 강경론

22대 국회가 지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이후 넉 달 째를 맞았지만 극심한 여야 대치 속에 아무런 실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8월 국회도 ‘야권의 단독입법→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재표결→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답답한 ‘한증막 정국’을 되풀이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파행 정국이 장기화되는 건 여야 모두가 “나는 손해가 없다”는 계산속에 버티기로 일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도 ‘빈손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권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감행했지만 4일 0시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종결됐다. 야권이 5일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면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모두 6개(방송 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가 된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해 전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재투표는 이르면 8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지겠지만, 정기국회로 미뤄질 수도 있다. ‘단독입법 대 거부권’ 충돌 정국이 끝을 모르고 이어질 상황인 것이다.

야권은 8월 임시국회에서 2특검(채 상병, 김건희 여사)과 4국조(채 상병, 방송장악, 동해유전 개발, 양평고속도로)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안대로 추진된다면 거부권이 되풀이될 게 뻔하다. 야권이 추진하는 국정조사와 청문회는 여권의 비협조와 불참 속에 정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여야가 아무런 실적도 남기지 못하는 파행 정국을 감내하면서 계속 버티는 건 “나는 손해가 없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으로 읽힌다.

여권은 “야권이 의석수를 앞세워 민생과 무관한 법안과 특검, 탄핵을 남발하는 건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여권 관계자는 5일 “야권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막고, 강성지지층 요구를 좇는데 급급해 민생과 무관한 법안이나 탄핵안을 쏟아내면서 민심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저쪽(야권)에 파행 정국 책임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입법이 꼭 필요하지 않은 민생·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할 일은 하면서 체코 원전 수주 같은 성과까지 내고 있기 때문에 야권의 부당한 입법공세에 굴복해 타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민심이 찬성하는 법안과 특검, 탄핵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으면서 파행 정국을 장기화시키면 국정을 책임진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파행 정국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제 불안이 가시화되면 여권을 향한 책임론이 부각될 것이란 얘기다. 야권은 자신들의 입법·탄핵 공세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인 만큼 여권과 타협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 모두 버티기를 불사할 뜻을 내비치자, “위기의 민생을 외면한 책임은 여야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 전직 의원은 4일 “여야가 서로 상대방 잘못이 크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국정을 책임진 여권이나 다수 의석을 가진 야권 모두 파행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민생 고통이 커지는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5일 “상임위에서 민생법안부터 우선적으로 집중 논의해서 여야 합의로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야권에 제안했다.

파행 정국의 단초가 됐던 ‘채 상병 특검법’의 경우에는 여야가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없다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절충안으로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여론의 지지가 높은 ‘채 상병 특검법’을 무작정 거부할 게 아니라 당내 논의를 통해 출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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