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도 마약파티
검찰, 투약자 추적하다 실체 확인 … 수도권 13개 대학에 마약 퍼져
검찰이 마약 투약자를 추적한 결과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마약파티가 벌어지는 등 서울과 수도권 13개 대학에 마약이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4부(남수연 부장검사)는 300명이 가입한 대학 연합동아리를 중심으로 마약을 유통·투약한 14명을 적발해 이중 3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5일 밝혔다. 나머지 마약범죄에 가담한 대학생들은 중독 여부나 재범위험성, 범죄 전력 등을 고려해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사회관계방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에게까지 마약범죄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며 “젊은층(10~30대)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범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검거된 피의자 대부분이 수도권 출신이었고,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 중에는 의대와 약대 재입학과 로스쿨 진학 준비생도 있었다.
자칫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검찰이 조그마한 단서를 놓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연합동아리 회장인 A씨가 마약(단순투약)과 성범죄 등 혐의로 검거돼 재판을 받았다. A씨는 올해 4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항소심 중이다.
1심 재판을 담당한 공판검사가 법정에서 이상 징후를 느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공판검사의 촉은 사실로 드러났다.
A씨는 2021년 연합동아리를 결성하면서 회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를 통해 수입차, 고급호텔, 파인다이닝, 뮤직페스티벌 입장을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신규회원을 모집했다. 회장인 A씨는 명문대 학생을 중심으로 직접 신규회원을 면접, 선발하는 ‘물관리’까지 도맡았다.
하지만 이 연합동아리는 단순 친목모임이 아니었다.
검찰이 A씨의 주거지 압수수색과 휴대전화 분석 가상자산 추적 등을 한 결과 A씨가 2023년에만 1200만원 어치 마약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 마약 투약이 아닌 A씨 스스로 마약상을 자처한 활동을 한 것이다.
A씨는 비대면방식으로 마약을 사들인 뒤 다시 연합동아리 회원들에게 마약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마약을 팔아 얻은 수익을 재투자해 신규 고객을 모은 것이다.
그는 마약 판매 수익으로 고급 호텔 등에서 유흥업소 여성을 초대하는 파티를 열었고, 회원들에게 액상대마나 케타민, 필로폰, 합성대마, 엑스터시(MDMA), LSD 등을 공급했다. 마약을 찾는 연합동아리 회원들에게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사들인 마약을 소분해 다시 공급했다.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들에게는 1회분을 제공해 중독의 길로 안내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텔레그램 채널에서 9000명이 가입한 ‘마약수사 대비’ 단체 대화방 존재를 확인했다. 남부지검은 현재 대검과 공조해 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의 운영자를 추적 중이다. 단체 대화방에는 수사기관의 포렌식, 모발검사, 피의자신문 등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 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이 대화방에서 수법을 배워 수사에 대응했다”며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