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폭염 열대야 지속…노인 기저질환자 특히 조심
고온 폭염에
건강 지키기
고온에 허혈성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에도 악영향 … 냉방병도 경계, 실내 24~26℃ 유지
최근 고온과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체정신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지표면 온도는 적어도 지난 2000년 내 어떤 50년 기간보다도 1970년 이후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구지표면 온도는 1850~1900년보다 2011~2020년에 1.09℃ 더 높았다. 또한 모든 지역에서 폭염의 증가는 인간의 사망률과 질병률을 발생시켰다. 지난 100여간 우리나라 기온은 꾸준히 상승했다. 연평균기온은 매 10년당 0.2℃ 높아졌으며 최근 30년(1991~2020년)간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1.6℃ 상승했다. 100여년간 가장 더웠던 해 10회 중 6회가 최근 10년 이내에 발생했다. 우리나라 기온 상승이 점점 빨라짐을 알 수 있다. 최근 10년(2011~2020년)동안 전국 폭염일수는 평균 15.6일이고 2018년에는 35일에 이르렀다. 고온과 폭염에 사람이 노출되면 여러 열사병 실신 경련 등 온열질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노인이나 뇌졸중같은 심뇌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자에게 악영향을 끼쳐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때문에 각자 고온과 폭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고 주의해 자신의 건강을 잘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장마 이후 높은 습도와 33℃ 안팎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고온과 폭염 속에서 바깥 활동할 경우 어지러움 탈진 경련 등 온열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최근 대기 중하층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최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자리를 잡으면서 여름철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낮 최고기온보다는 밤에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계속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 대기 하층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는 경향이 조금 더 뚜렷하게 잘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기예보상에서도 앞으로 열흘 동안 밤에 나타나는 하루 최저기온이 약 24~2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열대야는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열대야는 밤사이(18:01 ~ 다음날 09:00) 최저기온이 25℃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건강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온열질환을 상당히 예방할수 있으므로 물 자주 마시고 더운 시간대 활동 자제하기 등이 중요하다”며 “특히 취약집단 보호자들은 부모님 노약자 등에게 안부 전화를 자주 해 낮시간 활동 자제, 충분한 물 섭취, 시원한 환경 유지 등 건강수칙이 잘 지켜지도록 함께 살펴주길” 당부했다.
◆고온 경험 적은 지역과 바깥 활동 많은 남성이 더 ‘주의’ =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사람이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체온이 상승하고 탈수 현상, 전해질 이상 등이 발생할수 있다. 이로 인해 열사병 실신 경련 탈진 피로 부종 등과 같은 온열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폭염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이나 호흡기-신장-정신 질환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국제연구에서는 고온이 뇌졸중 발생과 사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확인된다. 보통 뇌졸중은 기온이 낮은 시기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 기온이 높아진 시기에도 뇌졸중에 영향을 미쳐 허혈성 뇌졸중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성별로는 남성에게 더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7월 아하저널(ahajournals.org)에 게재된 바라크 알하메드 박사 등의 ‘극한 기온과 뇌졸중 사망률 : 다국가 분석의 근거’ 논문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25개국 도시 344만3969명의 허혈성뇌졸중과 245만4276명의 출혈성 뇌졸중 사망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극한 추위와 더위에 뇌졸중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운 날에 허혈성 뇌졸중사망자 1000명당 2.2명, 출혈성 뇌졸중사망자 1000명당 0.7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는 “연구 결과로 보면 고온의 의한 탈수로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산소 사용과 대사 증가 등이 빈맥을 유도한다. 심혈관계 이상이 있던 사람들이 고온에 노출될 경우 혈전증이나 허혈증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온은 세포막이나 단백질 기능에도 영향을 줘 온몸 염증을 증가시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에는 경제 의료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사망률이 더 크다는 점을 덧붙여 강조됐다. 극심한 기온에 노출될 경우 저소득층 그리고 의료자원이 부족하거나 이동거리가 먼 경우 사망가능성이 높아짐을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강원도와 경남서부 경북북부 지역 등의 경우 의료자원 근접성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뇌졸중환자에 대한 응급대응이 제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다른 연구에서는 높은 기온을 적게 경험한 지역에서 급성 허혈성 뇌졸중 발생이 고온 경험이 많은 지역 사람들보다 더 높다는 결과도 있다.
올 7월 자마네트워크(jamanetwork.com)에 게재된 ‘시간당 열 노출 및 급성 허혈성 뇌졸중’ 논문에서는 “고온과 허혈성뇌줄종 발병 연관성이 중국 북쪽이 더 컸다”며 “기후가 더 따뜻한 남부 인구의 열 적응성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바깥 활동이 많은 남성, 기존 고지혈증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 위험도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을 접할 일수가 적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을 접할 경우 기저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추가적인 건강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폭염일수에 비해 사망자 많아 =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 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4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발생일은 12일로, 평년 같은 기간(3.7일)보다 훨씬 길다. 나아가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같은 기간(9.5일)보다도 더 많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폭염일은 4일까지 전국 평균 10.2일로, 2018년(20.5일)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폭염일수가 적다고 해서 안도할 일은 아니다. 폭염 상황을 거론할 때 보통 최근 10년간 폭염일수가 길고 사망자가 많았던 2018년을 거론한다. 그때 폭염일수는 전체 35일이었고 22일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추정 온열환자수는 4526명이었고 사망자는 48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2018년보다 폭염일수 19일과 추정 온열환자수는 2818명으로 적었지만 사망자는 32명이 발생했다. 지난해가 2018년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폭염일수와 환자발생에도 산술상 사망자 발생비율은 더 높았던 것이다. 방심하지 말고 폭염과 열대야로부터 자기 건강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작은 실천으로도 예방 가능하다. △매일 기온 확인하기 △물 자주 마시기(물) △시원하게 지내기(그늘) △더운 시간대에는 바깥 활동 자제하기(휴식) 등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폭염주의보·경보가 발령되면 더운 시간대 활동을 줄이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챙 넓은 모자, 밝고 헐렁한 옷 등을 착용하면 온열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안팎 온도차 심하게 냉방 이용에 되레 병 생겨 = 바깥에서 폭염에 노출을 피하기 위해 실내에서 지나치게 낮은 실내온도를 유지할 경우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 숲이나 나무가 적은 대도시에서 높은 온도의 바깥 활동을 하다가 차 안으로, 사무실로, 집으로 이동하면 급격히 낮은 온도를 접하게 되는 피부와 근육 그리고 호흡기 심장의 긴장도는 높아진다.
이정아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냉방병은 실내와 외부 온도차가 크고 실내 습도가 낮을 때 잘 발생한다. 우리 몸은 온도 변화에 잘 적응해 겨울엔 추위에, 여름엔 더운 기온에 맞춰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실내·외 온도차가 5℃ 이상 되면 자율신경계가 바뀐 기온에 순응하기 어려워 냉방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바깥 기온은 높은데 지나치게 낮은 온도의 실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기온 차이에 적응하지 못해 병이 나는 것이다. 또한 냉방기를 계속 가동하면 실내 습도를 낮춰 호흡기 점막 건조와 기침을 동반한 감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돼 냉방병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용 냉방기에 사용되는 냉각수에서 잘 번식한다. 냉방기가 가동될 때 공기 중으로 분출돼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은 감기와 유사한 열감 두통 설사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면역 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더 쉽게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냉방병 없이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중요한 건 실내·외 온도차를 줄이는 것이다. 실내와 외부의 온도차가 5℃를 넘어가면 우리 몸은 변화한 온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여름철 적정 실내 온도인 24~26℃를 준수하는 것이 좋다. 외부 기온에 맞게 실내 온도를 조절해 그 차이를 줄여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주기적인 환기다. 냉방기를 가동해 실내 온도 선선하게 유지하고자 하루 종일 창문을 닫아두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실내 여러 유해물질이 내부에 지속적으로 쌓인다. 가구나 카페트, 건물을 지을 때 사용된 페인트나 접착제, 복사기나 전자제품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화학 성분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가득 차게 된다. 좀 덥더라도 규칙적으로 창문을 열어 자연환기를 해야 한다. 정 습도 유지를 위해서도 환기는 필수다.
그리고 세균이나 곰팡이가 서식하기 쉬운 내부 필터는 최소 2주에 한 번씩 청소할 것을 권한다.
덥다고 찬 음식이나 차가운 음료를 너무 자주 섭취하는 것도 냉방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으며 이미 냉방병에 걸린 경우라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반면 충분한 수분 섭취는 냉방병 예방에 도움이 되므로 냉방이 가동 중인 실내에서 오랜 시간 근무해야 한다면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셔 수분을 보충해 주고 얇은 긴 팔 옷을 입는 등 몸을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모든 질병의 예방법이기도 한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권하고 싶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과로나 수면부족을 피하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하며 체력을 관리한다면 냉방병으로 인해 고생할 확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김아영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