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섭취 권장 기준, 80년 전 영양결핍시대 만들어져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원장
"새로운 권장 기준 마련해야"
현재 비타민 섭취량 권장기준은 섭취량 상위 2.5%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며 이는 80년 전 영양결핍시대에 근거없이 정해진 것으로 새로운 권장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비타민C의 하루 권장섭취량이 영국 인도는 40mg, 우리나라와 일본은 100mg, 프랑스는 110㎎으로 나라마다 크게 차이가 나고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대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며 이는 잘못된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약 75%, 여성의 83%가 비타민D 결핍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남아시아인 68%, 유럽인의 40%가 비타민D 결핍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이 대유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비타민D 혈중 농도를 20 ng/mL(나노그램 퍼 밀리리터) 기준으로 한 결과다. 일반 병의원에서는 30 ng/mL로 기준이 높아 특히 여성의 경우 90% 이상이 비타민D 결핍으로 진단받고 비타민D 주사나 복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명 원장은 비타민D 결핍이 전체 인구의 80~90%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는 80여년 전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개발된 권장섭취량의 잘못된 개념과 정의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영양결핍은 매우 흔해 미국의 군징집병중 25%가 현재 혹은 과거 영양결핍자였다. 미국 국방자문위원회는 미국국립과학한림원에 국방과 관련한 영양에 대한 조언을 요청했고 군인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적용되는 주요 영양소의 권장섭취량을 1941년에 만들었다. 이때 만들어진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가 정확하게 서술되지 않았고 임상 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50여 명의 전문가들에게서 의견을 수렴해 비타민 등 주요 영양소별 권장섭취량을 정했다.
그 당시 권장섭취량은 근거가 아닌 전문가들의 ‘합의’로 만들어졌다. 그 뒤로 여러 차례 개정이 되긴 했지만 현재까지 권장섭취량을 ‘특정 나이와 성별의 집단에서 거의 대부분의(97~98%) 건강한 사람들의 영양요구량을 충족시키는데 충분한 하루 평균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건강한 사람들 100명이 있다면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이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다양한데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 상위 2.5%가 섭취하는 양을 권장섭취량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권장섭취량은 극단적으로 과도한 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권장섭취량에 상응하는 비타민D의 혈중농도인 20ng/mL(병의원에서는 30ng/mL) 이하인 경우를 비정상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적어도 80~90%가 비타민D 결핍 혹은 부족으로 잘못 분류가 된 것이 문제다.
대부분 건강한 사람들의 비타민D 혈중농도가 분포하는 구간이 12~20ng/mL인데 결핍이나 부족이라는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며 연구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정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타민D 혈중 검사는 불필요하며 20ng/mL 미만이라도 비타민D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영국과 인도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보다 비타민C 섭취량이 적어 상위 2.5%의 비타민C 섭취량 40mg이 권장섭취량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위 2.5%의 비타민C 섭취량이 100mg이기 때문에 권장섭취량이 2배 이상 많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명 교수는 “현재의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 즉 건강한 사람들 중 상위 2.5%의 섭취량은 과도하게 많은 섭취량으로, 되도록 충분히 많은 양을 권장해야 했던 80여년 전 영양결핍이 흔한 시대에서는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이제는 의학 영양학 역학 보건학 등 영양과 관련한 모든 분야가 논의를 통해 올바른 권장섭취량의 개념과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의견은 2024년 6월 SCIE 국제학술지 ‘영양(Nutrition)’에 연구단신(short communication)으로 온라인 출판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