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티메프 ‘키맨’ 통화 녹음파일 확보
“구 대표에 재무상황 보고” 진술도
1조원대 사기 혐의 수사 탄력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정산지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티메프의 모기업 큐텐그룹의 채무총괄 임원인 이시준 전무 휴대전화에서 2년치 통화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의 재무 상황이 구영배 큐텐 대표에게 보고됐고, 구 대표가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2일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인 이 전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후 두 기업의 재무팀을 따로 분리해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에서 재무 업무를 관리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일원화된 재무업무를 총괄한 인물이 이 전무였다. 이 전무는 계열사간 자금 이동이나 판매대금 정산 업무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의 ‘키맨’으로 지목됐다.
검찰이 확보한 이 전무의 진술은 기존 구 대표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자금 운영과 관련해 제가 보고받지는 않고 있다”, “(재무흐름은) 재무본부장이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무의 진술대로라면 구 대표가 미리 어려운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구 대표 등 큐텐그룹과 티메프 경영진이 심각한 재무 상황을 언제부터 인식했는지 규명하는 것은 이번 검찰 수사의 관건으로 꼽힌다. 검찰이 구 대표와 티메프 등을 압수수색하며 영장에 적시한 1조원대 사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입점업체들과 거래 당시 약정된 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상대방을 속여 거래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전무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무는 그룹 내 자금 이동이나 티메프 판매대금 정산 등 업무를 수시로 전화 통화로 지시했고 이 내용을 모두 녹음파일 형태로 저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무가 구 대표의 측근이었던 만큼 구 대표와의 통화 내용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 전무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사태 발생 경위와 경영진의 인지 시기 등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