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년 연장’…1년에 2~4개월씩 늘려갈듯
노동력 확대 및 연금부담 해소 목적
현재 정년 남성 60세, 여성 50~55세
독일도 2개월씩 18년에 걸쳐 진행
지난달 중국 공산당 핵심회의에서 발표된 5개년 개혁 청사진에는 정년 연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따르면 중국은 ‘적절한 유연성을 갖춘 자발적 참여’라는 원칙에 따라 법정 정년을 점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5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주요 정책 문서에 처음으로 개혁 원칙이 명시되면서 10년에 걸친 정년 연장 계획이 곧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은퇴 연령은 남성은 60세, 여성은 50~55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남성과 여성의 은퇴 연령이 62세, 독일은 66세다. 1951년 이후 중국의 퇴직 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평균 수명은 1981년 67.9세에서 2021년 78.2세로 늘어났다.
현재 중국은 전례 없는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는 2000년 1억2600만명에서 2023년 2억9700만명으로 증가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배로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향후 30년 동안 중국의 15~64세 노동가능인구는 약 1억7000만명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3억8000만명으로 급증해 중국은 ‘심각한 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출산율 감소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17년부터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에는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2023년에는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치인 902만명으로 떨어졌고, 그 사이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로 부상했다.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이중 과제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보장제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65세 이상 노인부양비는 12.7%에서 20.8%로 증가했는데, 이는 2021년에 근로자 100명당 약 2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노동가능인구 부족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연금 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몇몇 연구기관은 도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기초연금 기금이 약 10년 안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방안 중 하나는 은퇴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연령을 늦추는 것이 연금 부담 완화를 위해 중요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노동력 참여를 확대하고 인적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정년 연장이라는 방안이 만능은 아니다. 정년 연장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인해 정년 연장은 더 시급한 문제가 되고 있다. 베이징 수도경제경영대학의 퉁위펀 교수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 사이에 중국의 노동가능인구는 10억6600만명에서 9억4900만명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매년 700만명 이상 줄어든 것이다.
퉁 교수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젊은 노인’ 집단이 미래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인 관행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남성과 여성은 같은 나이에 은퇴하며, 65~67세가 될 때까지 매년 1~2개월씩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독일은 2012년 1월부터 18년에 걸쳐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며, 처음 12년 동안은 매년 1개월씩, 그 다음 6년 동안은 매년 2개월씩 연장해 2030년까지 67세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도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2021년 66세에서 2027년까지 67세로 정년을 연장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보다 더 긴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매년 은퇴 연령을 2개월씩 연장한다면, 남성은 최소 30년, 여성은 60년이 걸려서 65세의 은퇴 연령에 도달하게 된다.
중국의 현재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매년 2개월씩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느린 것으로 평가된다.
한 전문가는 ‘느린 조깅’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복지 선임 전문가인 방롄취안은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정년 연장의 속도는 정책 시행의 어려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퇴 연령을 1년에 3~4개월씩 연장하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장기화되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