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우려 완화에 진정…엔화발 유동성 경계
전일 ‘대공황급 패닉’에 글로벌 증시 최대 폭락 … 일본 12%↓한국·대만 8%↓ 나스닥 3.4%↓
6일 오전 한국과 일본 증시가 전일 역대급 폭락을 딛고 반등했다. 미국의 경기침에 우려 완화에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엔화발 유동성 충격은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일 전세계 주요국 증시는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미국 경기침체 우려 확대, 버크셔 헤서웨이의 대규모 애플 주식 매도, AI 투자 관련 수익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매도가 급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거품론과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아시아 증시를 강타하면서 반도체 등 대형 기술주 비중이 아시아증시가 연일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우려까지 아시아 금융시장을 짓누르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양상이다. 미국 월가는 “대공황급 패닉”이라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아시아·유럽의 주요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33.99포인트(-2.60%) 내린 38,703.2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0.23포인트(-3.00%) 내린 5,186.3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6.08포인트(-3.43%) 내린 16,200.0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주 발표된 7월 고용지표 여파로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빅테크(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올해 미 증시 강세를 견인해온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6.4% 급락했고, 애플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지분 절반가량을 처분했다는 소식에 4.8% 하락했다.
하지만 골드만 삭스 등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할 사안이다.
다만 그동안 빅테크 중심의 주가 상승을 고려한다면 밸류에이션 부담 증가와 경기둔화 가능성 등에 따른 하방 압력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 시큐리티(Academy Securities)는 “위험회피에 따른 주식매도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상당기간 주식보다는 채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미국 경기침체는 당장 우려할 리스크가 아니며 엔화발 유동성 충격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은 “글로벌 증시가 미국 경기침체 리스크에 휘청거리고 있지만 실상 미국 경제가 당장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소프트패치 국면이라는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경제의 침체리스크가 크게 해소되기 이전까지 미 연준에 대한 공격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이 달러 약세, 즉 엔화 강세로 이어질 위험은 잠재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박 연구원은 “엔화의 추가 강세는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크게 해소되기 이전까지 미 연준에 대한 공격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이 달러 약세, 즉 엔화 강세로 이어질 위험은 잠재해 있어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하여 엔화 흐름을 좀 더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증시 추세를 반전시킬 트리거로는 미국의 경제지표와 연준의 대응 엔달러 환율 등이 주목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정상으로는 잭슨홀 미팅(22~24일), 엔비디아 실적(28일) 등이 유력한 추세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 경제지표, 연준 위원들의 발언 및 FOMC 회의 전 정책 대응 여부, 엔달러 환율 급락세의 진정(엔화 강세 진정)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