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러닝메이트 정해 대진표 완성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팀 월즈 낙점 … 공화당 밴스와 노동자 표심 경쟁할 듯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진보 성향 백인 남성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가 낙점됐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민주당의 해리스-월즈 조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J.D 밴스 조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팀 월즈에게 내 러닝메이트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음을 자랑스럽게 발표한다”면서 “그가 우리 팀이 된 것은 위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월즈 주지사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해리스와 함께 하게 된 것은 평생의 영광”이라며 수락 의사를 밝힌 뒤 “나는 올인(all in·다걸기)할 것이다. 개학 첫날 같은 느낌이다. 여러분, 우리 이 일(대선 승리)을 해냅시다”라고 썼다.
월즈 주지사는 지난달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선출된 밴스 의원과 마찬가지로 미국 서민 가정에서 성장한 백인 남성에 군 복무 경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치 성향은 ‘진보’와 ‘강경 보수’로 완전히 엇갈린다.
미네소타에서 6선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19년부터 미네소타 주지사(재선)로 재직 중인 월즈 주지사는 친서민·친노동자 성향의 진보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총기 규제, 공교육 강화 등 민주당이 중시하는 이슈를 상식에 준거한 합리적 논리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언변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을 겨냥해 “그들은 이상하다(They’re weird)”라는 표현을 쓰면서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최종 선택한 것은 정·부통령 후보간 밸런스를 취하는 ‘방어형 인선’ 대신 지지층을 더 결집하고 트럼프 진영을 적극 돌파하는 ‘공격형 인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브레스카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30대 초반 미네소타로 이주한 월즈는 정계 입문 전 고교 지리 교사 겸 미식축구 코치로 일했으며, 6·25 전쟁에 참전한 부친의 뒤를 따라 자신도 17세 때부터 비상근 주방위군으로 24년간 복무하는 등 대중적이고 ‘득표 친화적’인 이력을 쌓았다.
연방 하원의원 시절에는 총기 관련 권리와 이스라엘, 송유관 건설 등을 지지한 투표 이력으로 온건파로 평가됐지만 주지사로서 낙태, 유급휴가 보장, 학생들에 대한 보편적 무상급식, 총기 구입자에 대한 이력 심사 등 문제에서 분명한 진보성향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범하면서도 친근감을 주는 그의 이력이 민주당 취약지역인 내륙 주, 특히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미시간주 등을 공략할 카드로 꼽힌다. 특히 공화당이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부근 공업지대) 출신 ‘개천의 용’인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내륙 지역 중산층 이하 주민들을 공략하는 데 맞설 수 있는 효율적인 ‘맞불 카드’가 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기대다.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는 이날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최대도시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유세에 처음 동반 출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7개 경합주를 함께 잇따라 방문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월즈 주지사 관련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다른 어떤 배경 언급도 없이 “고맙다”(THANK YOU!)라고 썼다. 진보 성향 월즈 낙점이 자신들의 선거 전략상 유리한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월즈의 상대가 될 공화당 밴스 의원은 올해 39세인 1984년생으로 월즈보다 20세 넘게 젊다. 밴스 의원은 러스트벨트 주인 오하이오의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켄터키주 잭슨을 오가면서 성장했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가운데 한때 약물에 중독됐던 모친과, 조모의 양육을 받으며 고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병됐다. 밴스는 월즈와 마찬가지로 학비가 상대적으로 싼 주립 대학교(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했지만 동부의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예일대 로스쿨을 나오면서 미국 주류 사회로 진입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 등으로 활동하면서 재력을 쌓는 한편 러스트벨트에서 자란 자신의 성장담과 미국 사회·문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담은 저서 ‘힐빌리의 노래’(2016년 출간)가 대히트하며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진보성향 월즈와 달리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강경 보수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면서 유럽 방어를 위한 유럽 국가들의 역할 및 지출 확대를 강하게 촉구해왔다. 또 불법이민 문제에 초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 주별 결정에 맡기자’는 입장을 정하면서 지금은 그 기조를 따르지만 한때 강경한 낙태 반대론자였다.
다만 미국 내륙의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복지와 ‘보호무역’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기조여서 친노동자 측면에서는 월즈와 닮은 점도 있다.
따라서 월즈와 밴스는 각자 진영에서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경합주와 ‘잠재적 경합주’로 불리는 미네소타 등지의 노동자 계층을 겨냥한 선거운동에 첨병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보여주듯 양당 대통령 후보는 각각 러닝메이트 발표를 하면서 ‘노동자층 득표 전략’을 부각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향후 밴스 의원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주 등지의 노동자 및 농민들에 “강도 높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고,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주지사이자, (풋볼) 코치, 교사, 퇴역군인으로서 월즈는 그의 가정과 같은 ‘노동자 가정’을 위해 성과를 내왔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