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이색소통 ‘찐친과 함께하는 하루’

2024-08-07 13:00:02 게재

구청장+주민들 자치회관서 춤·노래

동별 대표강좌 수강하며 수요 파악

“젊어서 디스코텍 가보셨죠? 스케이트장은?” “가봤죠.” “그럼 됐어요.” “당장 회원등록 하세요.”

서울 강서구 화곡6동주민센터 4층 무용실. 기다란 공간 양쪽으로 커다란 거울이 달려있는 가운데 반짝이가 달린 상의와 망사 바지, 높은 구두 등 현란한 차림새를 한 50~60대 여성들이 강사의 목소리에 맞춰 발과 몸을 움직이느라 분주하다. 초급반과 중급반 중간쯤인 라인댄스 강좌다.

진교훈 구청장이 화곡6동 주민자치회가 추천한 라인댄스 1일 수강생이 돼 주민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 강서구 제공

흰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을 한 진교훈 구청장도 강사와 수강생들 사이에서 웃고 뛰느라 여념이 없다. 열린 문틈으로 무용실을 들여다보던 주민들도 하나둘 대열에 끼어든다. 진 구청장은 “정신 못 차리겠다”를 연발했지만 주민들은 “잘 하고 있다”고 다독이며 40분을 채웠다.

7일 강서구에 따르면 진교훈 구청장은 지난 4월 22일 발산1동을 시작으로 이달 초 화곡6동까지 20개 동 자치회관을 순회하며 주민들과 함께 대표 강좌를 수강했다. ‘자치회관에 구청장이 떴다 – 찐친과 함께하는 하루’는 주민자치회에서 동네를 대표하는 혹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강좌를 선정해 구청장을 초대하는 형태였다. 구는 “단순히 수강생들에게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수강생들과 함께 강좌를 듣고 소통하면서 필요한 프로그램과 주민들 요구를 파악한다는 취지”라며 “주민 속으로 스며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좌를 수강하는 날짜와 수강 시간도 주민들이 직접 정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양하다. 발산1동은 45명이 참여하는 노래교실을 택했다. 주민들은 구청장에게 2층 도서관과 3층 탁구교실을 소개한 뒤 그간 배운 노래를 복습하고 ‘10분만에 한곡 배우기’ 등 일정을 소화했다.

공항동은 어린이 25명이 수강하는 스포츠스태킹 강좌에 구청장을 초대했다. 스포츠스태킹은 플라스틱 컵을 다양한 방법으로 쌓고 내리면서 집중력과 순발력을 키우는 경기다. 염창동은 1대 1 강습 이후 복식경기를 진행하는 ‘탁구교실’을 택했고 화곡1동은 노년층 주민들과 함께 밑반찬 후식을 만드는 ‘실버 쿠킹클래스’를 대표 강좌로 꼽았다.

동별 특성이 다른 만큼 소통 형태도 여러 가지였다. 등촌3동에서는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장구채 사위를 배웠고 화곡2동에서는 기체조와 명상으로 내면을 다스렸다. 우장산동에서는 구청장과 주민들이 단체복을 입고 미투리(신발)를 맞춰 신은 뒤 상모 호흡법과 악기 다루는 법을 익혔다. 진 구청장은 “등촌1동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완성된 작품을 공유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항상 수강생과 편하게 가까이 있는 구청장이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격의 없는 소통에 반색했다. 화곡6동에서 46년째 살고 있다는 고경숙(66)씨는 “구청장이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하니 신박하다”며 “권위적이지 않고 소통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평가했다. 정현동 화곡6동 주민자치회장은 “구청장이 함께 춤추고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일반 수강생과 같은 조건으로 난이도 있는 강좌를 마무리했다”며 “그야말로 ‘찐친’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진 구청장은 자치회관 강좌 수강 이외에도 세대별 런치 간담회, 대학생과 차담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항상 낮은 자세로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 구청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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