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떼 습격에…’ 경북 동해안 피서객 ‘뚝’
포항 등 해수욕장 썰렁
장마에 여행경향 변화
경북도 동해안이 본격 휴가철을 맞고 있는데도 썰렁한 분위기다. 포항 경주 영덕 울진 4개 시·군은 지난달 6일과 12일부터 24개 해수욕장을 개장했지만 지난해와 달리 피서객 인파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북도와 4개 시·군에 따르면 경주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해수욕장 이용객이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다. 개장일수 기준으로 4개 지자체의 해수욕장 이용객은 27만81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만2860명보다 34.2%가 줄어들었다.
포항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일대 칠포 등 7개 해수욕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항시는 개장 30일차 기준으로 10만4801명이 찾아와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5317명에 비해 53.5%나 감소했다.
7개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영덕군은 개장 24일차 기준으로 8만9227명이 찾아와 지난해보다 14.2% 감소했다. 울진군도 6개 해수욕장을 3만3037명이 이용해 26.2% 줄었다.
다만 경주시는 4개 해수욕장에 5만1060명이 이용해 경북동해안 4개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4.6% 증가했다.
특히 본격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이 몰리는 7월 마지막주 기준으로 4개 시·군 해수욕장 이용객은 15만5205명으로 지난해보다 19% 감소했다.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이 피서지로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개장 초기 장마가 겹친데다 수온상승에 따른 해파리떼 유입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여행경향의 변화도 한 몫했다.
우선 해파리떼의 습격이 유독 많았다. 지난 4일 하루에만 경북 동해안 바다에서 57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했다. 올들어 현재까지 누적건수는 856건에 달했다. 포항 460건, 경주 149건, 영덕 168건 울진 79건 등이다.
해파리는 대체로 투명하며 젤리 같은 몸을 가져서 영어로 젤리피시(jellyfish)라 부른다. 해파리의 갓 둘레에는 독성이 강한 자세포(쏘기세포)를 가진 촉수가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 해제 이후 맞이한 첫 휴가철이어서 피서객이 급증했으나 올해는 해수욕장 개장초기 약 2주간 장마가 지속돼 이용객이 저조했다”며 “특히 해파리떼 출현으로 가족단위 피서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국내 고물가에 따른 반작용으로 해외로 여행객이 이동한 탓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누계 기준으로 1200만명이 해외로 나갔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400만명 이상이 더 많은 수치다. 특히 일본 관광객은 374만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5%나 증가했다.
피서객의 여행트렌드 변화도 경북 동해안으로 오는 해수욕장 이용객의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세은 울진군 부군수는 “해수욕장 물놀이 중심의 과거 피서경향과 달리 최근에는 호캉스 풀빌라 등을 이용한 가족단위 휴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여행추세 변화에 맞춰 애완동물 전용 해수욕장 등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