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티메프 피해업체에 1조2천억 유동성 지원키로

2024-08-07 13:00:02 게재

대규모유통업법 개정해 정산주기·판매자금 별도관리 추진

야당은 ‘온플법 제정·정부 책임자 문책’에 무게, 갈등예고

최상목 경제장관회의 열고 “두텁게 지원, 추가피해 예방”

소비자 환불절차 주중 완료, 피해업체 대출만기 연장 방침

정부가 티몬·위메프의 정산 대금 미지급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이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에 판매대금 별도관리를 의무화한다. 판매자들에 대한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주기를 법으로 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금 지연으로 인한 판매자 피해 구제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재원을 동원, 6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 자금도 마련한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 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을 7일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은 온라인플랫폼법 제정과 정부 책임자 문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로부터 납품업체를 보호하는 것이 입법취지인 대규모유통업법 손질로는 재발방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석대로 대형플랫폼의 납품업체 갑질을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을 신설해야 법규율체계 혼란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티메프사태 정부대책 발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메프ㆍ티몬 사태 추가 대응 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피해구제, 제도개선 병행”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와 관련, “피해업체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심해 1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발표한 5600억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분과 지자체 공급분 6000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위메프·티몬 사태로 인한 피해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일반상품에 대한 소비자 환불절차가 이번주 완료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오늘부터 피해기업에 대해 최대 1년 대출만기도 연장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커머스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의 정산기한을 단축하고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개선 방향도 설명하면서 “이달 중으로 세부방안을 확정해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이른 시일 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티메프 사태 추가대응 방안과 함께 △소상공인 종합대책 추진상황 △유망 중소기업 도약(Jump-Up) 프로그램 추진방안 △외국인정책·공적개발원조(ODA) 협업예산 방안 등이 논의됐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추진 = 정부대책을 뼈대는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판매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이커머스 업체를 규율 대상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업태와 영업방식을 고려해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기한을 대규모 유통업자보다 짧은 수준으로 설정하고, 위반 시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대규모 유통업자의 정산 기한은 40~60일이다. 정부는 업계 및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해 이커머스 업체의 구체적인 정산 기한을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PG사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사업자 간 계약으로 정산 기한을 정하는 방식이 유지된다. 대신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행정기관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전자금융거래법에 새롭게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커머스 업체와 PG사 모두에게 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하는 의무도 부과하기로 했다. 판매 대금을 ‘쌈짓돈’처럼 이용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적용 대상 및 비율 등은 업계·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추후 결정된다.

PG사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PG사의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기준 미충족 시 업무 정지·등록 취소 제재를 할 수 있도록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외국환업무를 함께 취급하는 PG사에 대해서는 보다 강화된 자본금·외화유동성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규제 사각지대’로 지목된 상품권 등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에 선불 충전금 100% 별도 관리 의무를 도입, 선불업자 파산 등의 경우에도 충전금 환급을 보장하기로 한 바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행령은 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중이며,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내달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선불충전금 보호조치 고지 의무 잔액 환급 요건을 상품권 표준 약관에 반영하고, 불공정 약관 사용 시 제재도 추진한다. 판매자 보호 조치 강화를 위해 표준거래계약서 및 마케팅 비용 부담 가용 금지 등 조치들의 도입도 검토한다.

◆지자체 재원까지 동원한다지만 = 7일까지 파악된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금은 2783억원이다. 분야별로는 일반 상품이 79%, 상품권이 21%다. 정산 지연 피해 판매자는 3395개로 추산된다. 미정산 금액의 80%는 1000만원 이하의 소액 피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 상품 관련 소비자 피해 금액은 최소 60억원 이상으로 분석된다. 상품권과 여행상품 등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는 이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소비자 피해 지원을 위해 일반상품은 이번 주 중 환불이 완료되도록 지원하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금액에 대해서도 신속한 환불이 이뤄지도록 PG사와 이동통신사에 협로를 요청하기로 했다.

여행·항공권·숙박 분야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받고, 일반 상품 및 통신판매업자에 대해서도 조정 요건 해당 시 집단 분쟁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판매자 피해 지원을 위한 자금 지원도 속도를 낸다. 먼저 총 2000억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 접수를 오는 9일부터 시작한다.

소상공인 대상 신속한 자금 공급을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금 공급 방식도 대리 대출에서 직접 대출로 변경한다. 300억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출을 소진 상황에 따라 추가 증액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각 지자체 내 피해 판매자에 대해서는 지자체 재원을 활용해 약 6000억원의 자체 긴급 경영안정 자금도 지원한다.

정부는 또한 분야별 피해 상황을 바탕으로 추가 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여행사 등 지원 확대를 위해 관광기금 융자와 이차보전 중복 지원을 허용하고, 농식품 분야 정책자금 및 수산 분야 긴급 경영안정 자금 등을 통한 추가지원도 검토한다.

아울러 피해 판매기업 대상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을 추진하고, 기술기업에는 신규 보증 우대 지원도 해준다.

민주당, 티메프 피해자들과 간담회 천준호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사태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TF 단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입점업체 및 판매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김주성 기자

◆야당 TF 가동 “책임자 문책, 제도정비” = 반면 야당은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와 책임자 문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지목하고 있다.

제도개선방안도 결이 다르다. 입법취지가 다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은 ‘땜질처방’이라며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입점한 판매사들에 돌아갈 판매대금 정산 주기를 줄이고 판매대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여야가 공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관련 피해자 대상 간담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책임론’을 강조했다.

티메프 TF(태스크포스) 단장을 천준호 의원은 “이번 사태는 기업인의 탐욕과 이를 허술하게 관리한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 원인”이라며 “금융감독원이 자본 잠식에 빠진 티메프 양사와 2022년 6월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챙기지 않았다. 예방할 수 있었던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가 내놓은) 금융 지원 관련 지원금을 더 확대하고 금리를 ‘2% 고정금리’로 하는 대책이 필요한데 포함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도덕한 기업인 처벌로 끝날 게 아니다. 금감원장을 해임하고 공정위원장을 엄중 문책할 것을 촉구한다”며 “제도 개선이 제대로 마련되려면 진상규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청문회 개최를 촉구한다”고 했다.

야당은 재발 방지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법)을 8월 중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온라인플랫폼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회견에서 “두 달 넘게 걸리는 판매대금 정산 시기를 바로 정산해주거나 최소한 14일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입점업체 단체를 구성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단체 협상을 통해 거래 방식, 거래 조건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온라인플랫폼법이 입법되도록 민주당이 총력을 기울여 노력하겠다”고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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