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 권순일 홍선근 기소
권 전 대법관, 등록없이 화천대유 변호사 활동
홍 회장, 김만배에게 50억 빌린 뒤 이자 면제
억대 돈거래 전직 언론인 2명도 불구속 기소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인 김만배씨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로부터 기사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직 언론인 2명도 함께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7일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에 대해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고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화천대유 관련 민사소송 상고심, 행정소송 1심의 재판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법리 제공 등 변호사 직무를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권 전 대법관은 이 기간 동안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도 수사해왔지만 이번 기소 혐의에서는 제외됐다. 이 의혹은 권 전 대법관이 재임하던 2020년 7월 김씨의 청탁을 받고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의 대법원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50억 클럽 관련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2020년 1월 김씨로부터 배우자와 아들 명의로 50억원을 빌렸다가 되갚는 과정에서 약정이자 1454만원을 면제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를 김씨가 홍 회장에게 제공한 금품으로 판단하고 김씨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홍 회장은 김씨의 언론계 선배로 당시 김씨는 머니투데이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검찰이 권 전 대법관과 홍 회장을 기소하면서 ‘50억 클럽’ 관련 재판에 넘겨진 인사는 4명으로 늘었다. 앞서 검찰은 곽상도 전 국회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기소했다.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 중 남은 이는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으로 검찰은 이들에 대해 서면조사를 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김씨와 억대 돈거래를 한 전직 언론인 2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전 한겨레신문 간부 석 모씨와 전 중앙일보 간부 조 모씨를 배임수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배임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비판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고 유리한 기사가 보도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총 12억400만원을 제공한 혐의다.
검찰 수사 결과 석씨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김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8억9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2019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2억4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다만 이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난 부분을 제외하고 1억300만원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두 전직 언론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