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중도성향 다수 재편
박영재·노경필 이어 이숙연 신임 대법관 6일 취임
이숙연 “미래분쟁 해결방향 제시,신변문제 송구”
진보성향 대법관 잇따라 퇴임, 중도·보수 주목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가 7일부터 다시 정상 가동된다. 지난 1일 퇴임한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후임으로 노경필·박영재 신임 대법관이 취임한데 이어 이숙연 신임 대법관도 취임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전원합의체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모두 갖춰졌다. 대법원의 판결 성향은 진보·중도 중심에서 중도 성향 대법관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중도 성향 대법관의 판결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이숙연 신임 대법관은 전날 오후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 대법관은 첫 이공계 출신 대법관으로서 미래 사회의 분쟁을 해결할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고법원의 판결 속에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에 걸맞은 규범들을 녹여내고,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적법절차 원칙을 구현하며 지식재산권 보호에 힘쓰겠다”며 “미래 사회 분쟁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과실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법관은 또 “인공지능 사법 서비스 구현을 앞당겨 신속하고 충실하며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법부 본연의 기능을 더욱 원활히 하고 국민의 사법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저의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 대법관은 취임사에 앞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아빠 찬스’ 논란에 재차 사과했다. 그는 “저와 가족의 신변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겸허하고 엄격한 자세로 임하라는 주권자의 질책과 당부를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법관과 노 대법관이 지난 2일 취임한데 이어 이 대법관이 6일 취임하면서 대법원장을 포함한 13인의 대법원 전원합의체(법원행정처장 천대엽 대법관 제외)가 완성됐다.
박 대법관은 취임사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재판에 임해 결과의 타당성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소송 당사자를 배려하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경필 대법관은 “특정한 이념이나 진영 논리 등에 따라 이뤄지는, 공정한 재판을 저해하는 모든 부당한 공격에 당당히 맞섬으로써 사법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데 헌신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새롭게 임명된 세 대법관 모두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이들의 판결 태도에 따라 대법원 판결 성향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진보 성향 대법관과 중도 성향 대법관이 비슷해 진보 성향 대법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판결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진보 성향 대법관이 2명 퇴임하면서 진보 성향의 판결 태도가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일 퇴임한 김선수 전 대법관과 노정희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이었으며, 이동원 전 대법관은 중도·보수 성향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현재 조 대법원장과 오석준 대법관은 보수 성향, 노태악·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 대법관은 중도 성향, 김상환·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진보 성향의 김상환 대법관이 올해 12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대법원의 진보 성향은 더 옅어질 가능성이 크다. 진보 성향의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의 임기는 각각 2026년 9월, 2027년 9월까지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진보 성향의 김상환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들 후임에 중도·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보다는 중도·보수 성향 판결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