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당한 보복권리 지지해달라”
이슬람국가들 “하니예 암살, 흉악한 행위” … 페제시키안, 마크롱에 “침묵 않을 것”
이날 5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하니예 암살에 대해 “이 잔혹한 공격에 대해 불법 점령 세력인 이스라엘이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면서 이를 “이란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규정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개회식에서 OIC 의장국인 감비아의 마마두 탕가라 외무장관은 하니예 피살 사건을 가리켜 “지역(중동) 전체 긴장을 고조시켜 광범위한 갈등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흉악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탕가라 의장은 이 사건이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의와 인권에 대한 절박함을 강조하며 대의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권과 영토 보전은 국제 질서를 뒷받침하는 기본 원칙”이라며 “이를 어기면 중대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할 권리를 지지해달라고 이슬람 국가들에 호소했다.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합법이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한 이란의 고유하고 정당한 권리를 이슬람 국가들이 지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게리 대행은 “이는 이란의 행동이 자국의 주권과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안정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합법적인 방어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니예가 지난달 30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이튿날 새벽 숙소에서 폭사한 이후 이스라엘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보복을 감행할 것이란 점을 거듭 다짐한 것이다.
왈리드 알쿠라이지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차관은 하니예 암살이 이란의 주권과 국제법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사우디는 그 어떤 주권 침해나 내정 간섭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OIC 긴급회의 전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OIC 회의에 참석한 여러 국가들과 접촉해 왔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긴장 고조는 이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믿는다면서 “모든 당사국들이 이란에 분쟁을 격화시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들이 모인 국제기구 OIC에는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연맹 회원국과 이란,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57개국이 가입돼 있어 유엔 다음으로 가장 많은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하니예 피살을 계기로 OIC 회의 소집을 추진해 이슬람권의 여론을 모은 이란은 서방 진영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진행한 대화에서 “이란은 전쟁을 피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근본 원칙으로 여기지만, 자국 안보가 침해된 상황에서는 국제법의 틀 안에서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란에 손님으로 온 하니예를 이스라엘 정권이 암살한 것은 역내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은 국제법을 전혀 지키지 않고 범죄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이스라엘) 정권을 지지하는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범죄 행위의 표적이 된 나라들에게는 대응을 자제하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며 민간인 보호를 당부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며 “긴장 고조는 이란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으며 지역 내 안정을 영원히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이란이 지원하는 대리세력을 향해서도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