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지속가능발전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유지해야”
기금관리주체 자율성 보장 필요 … 문체부 “영화산업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이 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2025년부터 폐지될 예정인 가운데 영화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란 영화상영관 관객에게 관람료의 3%를 징수하던 부과금을 말한다. 정부는 3월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개별 소비자들이 납부 사실을 모르는 ‘그림자 조세’로 규정하고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영화발전기금 운용과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의 경우 폐지가 아니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개정을 통해 부담 주체의 문제를 해결해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일반회계 전입 등 안정적 구조 확보와 함께 타 기금의 안정적 재원 조달 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화발전기금 2025년 예산안 긴급점검 국회 토론회’(토론회)에서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의 일성이다. 이날 토론회는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임오경 강유정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함께했다.
김 의원은 개회사에서 “영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영화인들에게 가혹하다”면서 “토론회 주제인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와 영화발전기금 문제는 영화발전기금 설립 이후 17년 동안 성장해온 한국영화를 지켜내자는 정부에 대한 절실한 요구”라고 말했다.
◆관객 줄어 영화발전기금에 영향 = 이날 원 관장은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 운영의 중요성을 밝혔다. 영화발전기금은 2006년 스크린쿼터(1년에 일정한 일수 이상 국산 영화를 상영하도록 한 정책) 축소 상황에서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과 한국영화 및 영화비디오물산업의 대내외 경쟁력을 확보해 영상문화 및 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치한 기금이다. 같은해 영화비디오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했다. 2007년 7월부터 징수가 시작됐으며 2028년 12월 31일까지 징수 기간이 연장됐다.
영화비디오법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은 △한국영화의 창작 제작 진흥 관련 지원 △영상 전문투자조합 출자 △한국영화의 수출 및 국제교류 지원 △소형영화 및 단편영화의 제작 지원 △전용상영관의 지원 △영화상영관 시설의 보수 유지 및 개선 지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2024년의 경우 △영화 창제작 지원 △영화유통 지원 △영화정책 지원 △영화영상 로케이션 지원 △영화정보시스템운영 등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과 운용수입 등으로 재원이 마련되고 있으며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주된 재원이다. 영화발전기금은 2022년 978억원 규모였으나 2023년 729억원, 2024년 467억원 규모로 줄어들고 있는데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관객이 영화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데 대해 부과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관객 수가 많으면 총액이 늘고 관객 수가 적으면 총액이 줄어들게 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의 영향으로 영화상영관의 관객 수가 줄어든 것이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과 영화발전기금에 영향을 미쳤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총액은 2023년 263억원, 2024년 294억원 규모이며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회복하지 못했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연장 및 신규재원 확보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징수된 부과금 총액은 4804억원이며 연도별 총액은 2012년 이후 조금씩 증가해 2018년에는 51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영화발전기금이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주된 재원으로 하는 가운데 기금 조성이 불안정하자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재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3월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에 대해 폐지를 밝히자 영화인들은 4월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를 중심으로 이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원 관장은 ‘팔길이 원칙’(불간섭주의)의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 관장은 “국가의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성과 총재정 규모는 정부의 문화부처가 결정하지만 세부적인 예산편성과 집행은 관료가 아니라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이 팔길이 원칙의 핵심”이라며 “문화예술 예산의 경우 기금관리주체의 자율성을 명확하게 보장해야 목적에 맞는 기금운영의 자율성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 및 지역영화 지원 사업 축소·폐지 = 이날 토론회에서는 2024년 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된 영화제 지원사업과 지역영화 지원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영화제 지원사업의 경우, 2023년 56억원에서 2024년 28억원으로 예산이 줄면서 지원 영화제는 42개에서 11개로 축소됐다. 예산 삭감률은 52% 정도, 지원 영화제 수 축소는 75%에 달한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 산업을 활성화하고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으며 국내영화제는 다양한 영화의 상영기회를 확대해 독립영화 및 예술영화의 저변확대에 기여해왔다”면서 “지원예산 삭감의 근거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영화 지원사업의 경우 지역 영상 생태계 기반마련 사업으로 2023년 12억3000만원의 예산 규모로 진행됐으나 2024년에는 폐지됐다.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센터장은 “인천의 경우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으로 ‘휴가’ 등이 제작됐으며 국내 및 해외영화제 등에 소개되는 등 성과가 있었으나 이런 기회가 없어진 상황”이라면서 “지역 영상 생태계 기반마련 사업 폐지는 지역 영상문화 진흥이라는 영화비디오법의 취지와 반대되는 정책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영화비디오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입법으로 영화비디오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7일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더라도 영화발전기금은 유지하며 영화산업을 차질 없이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