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17만원대 폭락, 농민들 뿔났다
7~9월 단경기 가격하락 이례적 … 농민단체 “정부, 20만원선 유지 약속 지켜야”
폭염에 농산물 공급망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산지쌀값까지 하락하자 농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8일 통계청 산지쌀값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쌀값(정곡 80㎏)이 17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쌀값이 17만원까지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7~9월 쌀값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수확기 시세를 형성한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산지쌀값은 17만9516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확기에는 21만원대로 시작한 쌀값이다. 5월에는 18만원대까지 하락하다 7월말 다시 17만원대로 떨어졌다.
정부와 야당은 모두 산지쌀값 20만원 보장을 약속했다. 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쌀값 보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생산량 조정과 쌀소비 문화 확산을 통해 쌀값을 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지쌀값이 17만원선까지 하락하면서 야당은 정부에 양곡관리법 개정을 강하게 주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정기국회에 다시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과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전환지원법(한우지원법) 제정안,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 등 농축산업 관련 3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21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 또는 폭등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부가 앞서 6월 21일 ‘쌀 15만톤 시장격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후 가격 하락은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격리 조치가 늦어지자 정부는 소비촉진을 통한 가격 지지로 선회했다. 남는 쌀 15만톤 중 10만톤은 농협중앙회를 통해 소비촉진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농민단체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 등 농민들은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쌀값 보장 농민대회에 참석해 ‘쌀값 대폭락 규탄’, ‘농민 생존권 사수’ 등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1호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권은 선제적 수급 조절을 통해 수확기 쌀값 2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8개월이 지나 쌀값은 약속한 20만원은 커녕 18만원까지 무너졌다”고 규탄했다.
농업인들은 “햅쌀이 나오기 전인 단경기임에도 쌀값이 계속 폭락하고 있는 것은 재고량은 평년대비 20만톤 가량 늘었는데 시장격리 예고물량은 그 4분의1 수준인 5만톤에 불과한데다 밥쌀용 저율관세 유지의무 수입물량(TRQ) 수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