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주택가에서 일본도 휘두른 30대 체포
잇단 도검 관련 사건에 관리 강화 목소리 … '은평구 살인사건' 후 관련법 개정안 봇물
최근 몇년 사이 일본도를 이용한 살인사건이 수차례 발생하면서 도검허가증 발급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총포화약법 개정안은 흉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발의됐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 공터에서 일본도를 휘두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우범자) 등의 혐의로 A씨를 긴급 체포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6일 오전 11시 20분쯤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의 주택가 공터에서 길이 95㎝(날 길이 67㎝)의 일본도를 허공에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이 모습을 본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한 추적 끝에 오후 2시쯤 범행 현장에서 2㎞가량 떨어진 PC방에서 A씨를 검거했다.
◆허가 받지 않은 일본도 3점 발견 = 경찰은 A씨가 이용한 차량 내에서 범행에 사용한 도검을 비롯한 일본도 3점, 목검 1점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모두 소지 허가가 나지 않은 불법 도검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일본도를 구매했다”며 “운동을 한 것일 뿐 누군가를 위협할 의사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백 모씨가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에 거주하는 40대 주민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B씨는 백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었으며, 9살과 4살 아들을 둔 가장으로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범행 1시간 뒤 자택에서 체포된 백씨는 일면식이 거의 없는 피해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나를 미행하는 스파이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이전에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 욕설을 하는 등 주민과 갈등을 빚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정신질환 치료 이력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도를 이용한 흉기 사고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6월 광주시에서 70대 남성이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집에 보유 중이던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2021년 9월에는 서울시 화곡동의 한 빌라에서 50대 남성이 이혼 소송을 준비하던 자신의 아내를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미비한 법령에 관리·감독 한계 = 잇단 사고에 도검 소지 허가증 발급 등 관련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총포 소지자에 대해 3년에 한 번씩 허가서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지만 도검은 이런 의무가 없다. 도검은 사실상 한 번 허가를 받으면 영원히 소지할 수 있다.
또 칼날 길이 15㎝ 이상의 도검을 소지하려면 정신질환이나 전과 등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운전면허가 있는 경우 면허 발급 당시 신체검사 결과 등을 참고해 경찰이 도검 소지 허가를 내주고 있어 정신질환 여부 등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잇단 사고에 경찰은 소지가 허가된 도검 8만2641정에 대한 전수점검에 나섰다. 경찰은 도검 소지자의 범죄경력 여부와 가정폭력 이력, 관할 경찰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소지허가 적정 여부를 재확인한다.
경찰 관계자는 “도검 전수점검을 통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총포화약법 개정을 통해 현행 법령상 미비 사항을 보완함으로써 도검에 대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신속히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서 개정안 9건, 결국 폐기 = 잇단 흉기 범죄에 따른 여론 악화로 국회도 총포화약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총포화약법 개정안은 야당에서 4건(모경종·민홍철·박주민·박정현), 여당에서 1건(고동진) 발의됐다. 5건의 개정안 모두 서울 은평구 아파트 ‘일본도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난달 30일 이후 연이어 발의됐다.
총포화약법 개정안은 흉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발의됐다. 하지만 여야가 큰 이견이 없는데도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총 9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