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위, 사무실 농성 참여자 수사 의뢰
야당측 위원 “위원회 설립 취지에 반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인 참가자를 경찰에 수사의뢰하자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8일 진실위는 경찰에 50대 여성 A씨를 건조물침입, 감금, 공무집행방해, 상해, 과거사정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진실위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과 과거사 단체 회원들이 진실위 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튿날까지 유족회 회원 9명이 진실위 복도에서 농성을 이어갔고, 진실위 요청을 받은 경찰에 연행됐다. 3일 오후 한명의 여성이 이옥남 상임위원 집무실에 들어가 5분간 구호를 외치며 머물렀다.
A씨의 행동으로 이옥남 상임위원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9일간 입원한 뒤 통원치료까지 받았다는 게 진실위측 설명이다.
수사의뢰는 고소·고발과 달리 형사소송법상 공식절차는 아니다. 제보와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수사의뢰는 수사기관에서 고발과 같이 취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이상훈 상임위원 등 4명의 야당 추천 위원은 수사의뢰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6일 전체회의에서 수사의뢰 여부를 논의하자고 요구했지만 위원장이 수용하지 않았다.
이상훈 상임위원 등은 “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의 항의에 귀를 막고선, 선택적 조사를 진행하다 항의가 들어온 것”이라며 “유족 등에 대한 수사의뢰는 위원회 설립취지에 반하고, 그동안 쌓아온 위원회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군 의문사 진정사건 기각 결정에 항의한 군 사망사건 유가족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농성을 벌였다. 이에 인권위원 한명이 이들을 건조물 침입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한 바 있다. 지난 6월 메리 로룰러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한국 외무부에 우려를 나타내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상임위원 등 야당 추천 위원들은 “계속 피해 유족들과 과거사 단체 회원들의 처벌을 원한다면 관련 형사절차에서 탄원서와 진술서 제출 등 최소한의 방어책 마련에 적극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애초 진실위는 올 5월 활동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처리하지 못한 사건이 많은데다가 추가 사건 접수도 늘어나면서 내년 5월까지 활동을 연장키로 했다. 현재 사건처리는 매달 300건 수준인데, 남은 사건은 매달 700건을 처리해야 한다.
실무적인 문제도 있다. 1기 진실위 때에는 생존해 있던 피해자와 유족들이 지금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권위주의 정부 당시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나 조사에도 어려움이 커졌다.
국회에서는 진실위 활동 기간을 늘리는 논의도 시작됐다. 지난 1일 복기왕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시갑)은 진실위 활동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일부 개정안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복 의원은 “진실위 활동 기간이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남아 있는 사건은 7000건이나 돼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