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손 신상털이’ 다시 수사한다
각하결정에 항의메일 쇄도
경찰 “공정하게 재수사”
게임업체 넥슨의 홍보영상에 등장한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것으로 지목된 작가를 인터넷에서 모욕한 네티즌들이 다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집게손’ 관련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 수사가 필요한데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각하 결정한 것은 미흡한 결정이었다”며 “경찰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에 요청해 협의가 완료되면 공정하게 재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넥슨이 출시한 게임의 홍보영상에 ‘집게손’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영상을 제작한 외주 제작사가 다른 게임업체에 납품한 홍보영상에서도 집게손이 등장하면서 작가 A씨가 지목됐다. 극단적 페미니스트로 의심받은 A씨에 대한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퍼졌고, 모욕성 발언이 터져 나왔다. 집게손은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A씨가 아닌 40대 남성이 해당 콘티를 제작했다고 해명했고, A씨는 온라인에 성적 비하와 모욕성 글을 작성하거나 게시한 네티즌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서울 서초서는 A씨가 네티즌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각하(불송치)했다.
경찰은 수사결과통지서를 통해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보인다”며 “A씨가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가 된 글은 A씨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A씨가 모욕성 게시글을 자초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경찰이 범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국민신문고와 경찰민원포털 등에는 수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항의가 쇄도했다. 민원인들이 경찰서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낼 수 있는데, 서초서장에게만 1000건이 넘는 항의 메일이 접수되기도 했다.
A씨측은 재수사 결정을 반기면서도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