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디지털전환 성공을 위한 조건
디지털전환(DX)은 데이터와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일련의 경제활동들이 디지털전환을 통해 지능화 효율화되고 있어 기업은 물론 산업의 경쟁력도 디지털전환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디지털 선도기업들은 후발기업들에 비해 수익성장률 1.8배, 총 기업가치 성장률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전환기업의 생산액은 2018년 13조5000억달러에서 2023년 53조3000억달러로 증가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디지털전환에 산업데이터 활용 잠재력 매우 커
디지털전환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크게 개인데이터와 산업데이터로 구분된다. 개인데이터는 취향 사회관계 소비행동 등으로 검색 SNS 지불 등의 과정에서 생성된다.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는 개인데이터를 활용해 오늘날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산업데이터는 제품개발 생산 유통 소비 등 산업활동과정에서 생성되며 전체 데이터의 90%를 차지한다. 그러나 산업데이터는 아직 활용도가 높지 않으며 GAFA와 같은 지배적 사업자도 없다. 이는 산업데이터가 영업비밀을 포함하고 있는 데다 데이터 표준의 차이로 인해 기업간 공유와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재력은 매우 크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산업데이터의 80%가 사용되지 않고 있으나 제도적 보완을 통해 활용이 촉진되면 2028년까지 2700억유로(407조원)의 추가 GDP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데이터시장은 현재 GAFA가 장악했고 미국정부는 이들이 글로벌시장에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통상을 확대하고 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는 전세계 데이터의 1/4이상이 생성된다. 중국정부는 자국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보장하고 중국내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막는 데 힘을 쏟는다.
EU는 미중 디지털기업의 데이터 과점에 대응하고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데이터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이아-X, 카테나-X, 매뉴팩처링-X 등의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수준 로봇, 센서를 바탕으로 제조현장에서 산업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미국 디지털기업의 개인데이터에는 못 따라가지만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산업데이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산업분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참여자는 데이터 공유·거래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나 영업비밀 유출 등의 위험부담으로 데이터 제공에 소극적이며 표준화 상호운용성 등 데이터 연계 기반도 부족해 활용이 제한적이다.
연계 플랫폼 구축 통해 산업데이터 창출 가치 높여야
데이터는 크기가 클수록 그리고 서로 다른 데이터가 융합될수록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산업데이터의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기업 내부에 쌓여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끄집어내는 한편, 기관간에 데이터의 공유와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서비스가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은 모든 참여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와 함께 플랫폼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공유·거래할 수 있어야 하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표준방식으로 데이터가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다면 대한민국 산업은 디지털전환을 통해 한층 더 도약할 것이다. 그리고 GAFA를 뛰어넘는 산업데이터 거인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전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