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경계 허무나
주택공급 방안으로 경계지역에 택지
행정구역 개편 논의 비화 가능성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수도권 그린벨트가 대거 해제된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 총 8만가구를 공급한다고 8일 밝혔다. 신규 택지 후보지는 11월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그린벨트는 경기도와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개발 불가능한 용지로 도시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스럽게 구역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될 경우 학교와 상하수도 공급 등의 문제로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경기도 김포와 남양주, 하남 등에서 서울 편입 논의가 진행돼 정치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택지를 조성하는 것은 서울에 신규 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해 주택을 공급해야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으로는 신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부가 8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11월에 5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를 발표한다. 서울지역 1만가구가 포함되고 내년에는 3만가구를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모두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하는 택지다.
서울은 사실상 신규택지 공급이 불가능할 정도로 땅이 부족하다. 마지막 남은 땅인 그린벨트를 풀어야 신규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강남과 북부지역 그린벨트다. 서울 그린벨트는 149.09㎢로 서울 면적의 24.6%에 해당한다. 북부지역은 산악지대와 국립공원 등으로 둘러쌓여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서울 남측 지역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시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지역 발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 공급물량 2만가구 추가 =정부는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과 함께 3기 신도시 공급 물량도 기존보다 2만가구 늘리기로 했다. 용적률을 높이고 자족용지 비율을 조정해 물량을 확보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공공택지에 22조원 규모의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한다. 사업자가 수도권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집을 지었는데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면 LH가 분양가의 85~89% 수준에서 집을 사주는 식이다. 적용 대상은 수도권 3만6000가구로 내년까지 착공에 들어간 주택이어야 한다.
전세사기 등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비아파트 시장은 공공이 직접 개입해 정상화하기로 했다. LH 등 공공이 수도권 위주로 신축 빌라·오피스텔 매입을 확대한다.
신축매입 임대주택 공급 목표를 올해와 내년 2년간 9만가구에서 11만가구로 늘렸다. 정부는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비아파트를 무제한으로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신축매입 주택 11만가구 중 5만가구 이상은 새로 도입하는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주택’으로 공급한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면적 60~85㎡ 규모 아파트 등을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한 뒤 최소 6년이 지나면 임차인에게 우선 매각한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아파트가격 상승 원인이 주택 준공물량 감소 우려나 전세가격 상승에서 온 불안 심리라고 볼 수 있다”며 “단기간 가용할 수 있는 주택공급 방안을 총동원하고 올해 인허가가 급감한 도심 내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급을 통해 전세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면에서 일정 부분 정책효과가 기대된다”고 해석했다.
◆재개발재건축 용적율 상향, 사업성 높인다 =정부는 이미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을 높여줘 신속한 추진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용적율 완화에 따라 의무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을 사업성 등을 고려해 차등적으로 완화한다. 임대주택 인수가격도 현행 대비 1.4배 상향해 정비사업 사업성을 높일 계획이다. 재건축부담금도 폐지한다. 현재 재건축부담금 폐지 법률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2029년까지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우량한 주택이 공급된다”면서 “국민들에게 안정적 주택 공급에 대한 확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