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정책 주도권 놓고 2라운드
한 대표, 전기료·금투세 제기 … 당정관계 주도 의지
윤 대통령, 4대 개혁 브리핑 … 국정 책임자 부각
윤-한, 불편한 동거 … 특검법 충돌이 정점될 듯
여권 투톱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앞다퉈 정책 행보에 나서고 있다. 당정이 정책을 놓고 서로 “주도하겠다”며 경쟁하는 모양새다. 극심한 갈등을 빚던 윤-한 투톱이 정책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투톱 사이의 갈등과 경쟁은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놓고 정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표는 8일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반도체 특별법 추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정책 이슈를 동시에 던졌다.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 당시 여당의 변화와 수평적 당정관계를 내걸었다. ‘일하는 여당’ ‘당정관계를 주도하는 여당’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 한 대표가 8일 정책 이슈를 쏟아낸 건 여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이슈를 발 빠르게 제기한 뒤 정부의 협력을 끌어내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윤석열정부 초기에는 정책을 비롯한 국정 전반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여당은 이를 좇는 모양새였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이달 말 본인이 공약했던 4대 개혁(연금 노동 교육 의료)에 대한 국정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주제로 첫 국정브리핑을 한 이후 두 달 넘도록 별다른 정책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동훈체제 출범 직후 정책 행보에 부쩍 속도를 내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첫 브리핑 이후) 연금개혁과 관련한 브리핑을 준비했다가 다른 사정으로 취소했을 뿐이다. 약속했던 대로 중요 정책에 대한 국정브리핑은 계속될 것이다. 조만간 4대 개혁 전부 또는 연금·의료개혁에 집중해서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중요 정책에 대한 국정브리핑을 자주 할 것이란 얘기다. 잦은 국정브리핑은 윤 대통령이 국정책임자라는 점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비대위 시절에는 수시로 충돌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국방장관 대사 임명 출국 △황상무 대통령실 수석 언론인 회칼 발언△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한때 윤석열정부 황태자로 불렸던 한 대표는 졸지에 ‘반윤’으로 전락하면서 1라운드를 매듭지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친윤의 방해를 뚫고 7.23 전당대회에서 63%란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되면서 윤-한 갈등은 ‘불편한 동거’로 전환됐다. 상대편이 불편하지만 당정관계란 틀 속에서 함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비대위 시절 불거졌던 윤-한 갈등의 2라운드가 당정 간 정책 주도권 신경전으로 펼쳐지게 된 대목이다.
윤-한 관계는 결국 3라운드인 특검법 정국에서 정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야당은 ‘김 여사 특검법’ 수용도 압박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를 중시하는 한 대표가 특검법 정국에서 여론을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검법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대통령실·친윤과 또다시 충돌을 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친한 의원은 8일 “국민 70%가 찬성하는 특검법을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국민 다수는 동쪽을 바라보는데 우리만 서쪽을 쳐다보면 문제가 해결되겠냐”고 말했다. 친윤측에서는 한 대표가 특검법을 수용하는 순간 여권은 “두 동강 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