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행위 이유로 가맹 갱신 거절한 BBQ “위법”
가맹사업법상 불이익 제공 해당
대법 “공정위 과징금 부과 정당”
가맹점주들이 협의회를 구성했다는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반성문을 요구한 BBQ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제너시스BBQ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BBQ는 2018년 12월 가맹점주 4명에게 ‘가맹계약에 대한 입장 차이’, ‘가맹계약조건 미수락’ 등을 이유로 가맹계약 갱신 거절을 통지했다.
해당 가맹점주들은 12~15년간 BBQ 가맹점을 운영했는데, 한 달 전 ‘전국 BBQ 가맹점사업자 협의회’를 구성하고 의장 또는 부의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BBQ는 일부 가맹점주에게는 ‘여러 차례 상표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 BBQ에 피해를 준 사실을 인정하며, BBQ를 비방하거나 다른 가맹점주들을 선동하면 언제든 계약을 종료하고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냈다.
이밖에 BBQ는 특정 업체로부터 다량의 홍보전단지를 구입하도록 강제하고 의무 수량만큼 주문을 넣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으며, 회사가 해지 통지를 하지 않고도 계약을 끊을 수 있는 사유를 계약서에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2021년 6월 BBQ에 시정명령과 17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활동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한다.
이에 BBQ는 “공정위의 처분 사유와 과징금 액수가 과도하다”며 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BBQ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과징금 12억6500만원만 인정했다. 가맹점사업자단체의 임원 등 4개 지점에 대해 계약 갱신을 거절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고법은 “해당 지점에 대한 계약 갱신 거절은 모두 각 가맹점사업자의 가맹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뒤에 이뤄졌다”며 “가맹본부인 BBQ에 원칙적으로 가맹점사업자의 가맹계약 갱신요청을 받아들여 갱신 등에 합의할지를 스스로 판단·결정할 자유가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갱신을 거절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가맹점사업자 단체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계약 갱신 거절 등의 행위가 가맹점사업자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가맹사업법상 금지하는 불이익 제공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간부들이 운영하던 21개 가맹점 중 무려 12개 가맹점이 폐점하고 원고(BBQ)가 가맹점사업자단체 공동의장과 부의장 전부에 대해 가맹계약갱신을 거절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자들은 상당한 자본을 들여 영업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 갱신되리라는 합리적 기대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그 의사에 반해 가맹계약이 종료됐다”며 “각서 제출만으로도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에 제약받거나 사실상 단체 활동을 포기하는 불이익을 받은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의 이 부분 불이익 제공 행위에 관한 판단은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 환송했다.
BBQ가 유일하게 승소한 부분까지 대법원이 파기하면서 사실상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전부 인정된 셈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