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르면 10월 구글 ‘음원 끼워팔기’ 제재수위 결정
공정위, 7월초 심사보고서 발송 … 구글측 ‘시간끌기’로 더 지체될 가능성도
“끼워팔기로 국내 음원시장 초토화” … ‘시장지배력 활용’ 미국 판결과 닮아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자사 상품을 끼워판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이르면 10월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수위를 결정한다.
특히 최근 미연방 지방법원 ‘구글이 부당한 방법으로 검색엔진 독점 기업 지위를 유지했다’는 첫 판결을 하면서 공정위 제재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구글측 대응에 따라 공정위 결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피심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전원회의 개최전 의견서 제출 기회를 주고 있는데, 기한 연장 횟수 제한이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강한 제재를 결정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조사가 2년 넘게 지체되면서 이미 국내 토종음원사 상당수가 회생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재결정, 더 늦어질 수도 = 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 7월 국내 온라인·동영상 광고시장에서 구글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의혹과 관련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구글코리아에 발송했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 위반 확인 시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구글 측이 방어권 행사를 위해 의견서를 제출하면 전원회의 일정을 확정하고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사보고서 발송 후 회신 기한은 4주다. 피심인(구글코리아)측에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시 기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고 연장 횟수 등에 제한은 없다. 통상 공정위는 심사보고서 발송 뒤 2~3개월 뒤 전원회의(소규모 사건일 경우 소회의)를 열어 제재수위를 결정해왔다.
◆동영상 1위 ‘유튜브’ 무기로 음반시장 장악 = 공정위는 구글이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음원 시장에서 신규 경쟁자 진입을 막고 플랫폼 이용을 강제하는 등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2019년부터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월 1만4900원)에 가입하면 음원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로 영상 시청만을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유튜브 뮤직 가입을 강제해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또 산업적 측면에선 음원시장 점유율을 부당하게 높인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유튜브 뮤직은 끼워팔기 시작 2년 만에 멜론(카카오엔터테인먼트)과 지니뮤직(KT) 등을 제치고 음원앱 이용자 수 1위에 올랐다. 올해 5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 조사(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서도 유튜브 뮤직(725만명)이 멜론(711만명)을 앞섰다.
그러나 공정위가 연구용역을 통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유튜브뮤직 이용자 대다수는 ‘끼워팔기가 없었다면 유튜브 뮤직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끼워팔기 효과’다.
특히 공정위는 해외에선 유튜브 뮤직이 애플뮤직 등에 밀린 상황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이 한국 음반시장에서 ‘끼워팔기’란 반칙으로 음원시장을 재편했다는 것이다.
◆“끼워팔기 없었다면…” = 유튜브 뮤직의 이런 급성장은 유튜브 프리미엄에 끼워팔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굳이 멜론이나 벅스 등 토종 플랫폼을 별도 비용을 내고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 뮤직의 사용자는 20대가 가장 많고 10대, 30대 순이다.
구글이 유튜브 뮤직을 유튜브 프리미엄에 끼워파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점도 공정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글로벌 빅테크 규제가 강한 유럽에서는 요금제를 구분해서 제공한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을 원하면서 유튜브 뮤직은 원하지 않는 이용자들을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내놓는 식이다. 한국과 슬로베니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가족 멤버십 요금제도 제공 중이다.
다만 공정위가 엄격하게 제재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디지털 음원시장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달라질 게 별로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구글측은 심사보고서 의견 회신 단계부터 시간을 끌고 있고 제재를 결정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제재 확정까지 앞으로도 수년이 더 걸릴 수 있어서다.
이동원 ‘법무법인 흰뫼’ 고문은 “공정위 제재가 소송까지 이어져 최종 확정되려면 앞으로도 최소 1~2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이때까지 토종 플랫폼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시장변화가 빠른 플랫폼업의 특성상, 독점 폐해를 실효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플랫폼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