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해양강국전략 행동 옮긴다
의회, 전략항만법 발의
국방부 북극전략 강화
중·러 겨냥한 방향 선명
중국의 해양굴기에 대응한 미국의 신해양강국 전략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양강국인 미국의 해양전략은 경제와 안보 이익을 위한 것이었지만 최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내일신문 6월 28일 기사 ‘미국 해운·조선재건 움직임…해양력 쇠퇴에 위기감 고조’ 참조)
◆중국의 글로벌 항만 영향력 확대 막겠다 = 이런 흐름 속에서 미 의회는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해양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초당적 전략항만보고법을 발의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크 켈리(민주당·애리조나) 마르코 루비오(공화당·플로리다) 릭 스콧(공화당·플로리다)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미국 국방부가 주요 글로벌 항구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을 고안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주요 글로벌 항구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 국가 안보 △무역로 및 글로벌 공급망을 불안하게 하는 등 경제·안보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켈리 의원은 “미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무역에 의존하는 항해 국가였다”며 “이 법안은 우리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해외 항구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의원은 “공산주의 중국이 지리·경제적으로 전략적인 항구에 투자하는 것을 그냥 둘 수 없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의 적들이 우리의 자원을 우리에 맞서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롭 위트먼(공화·버지니아) 하원의원도 법안에 공감하며 중국의 글로벌 해양활동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강조했다.
켈리 상원의원과 루비오 상원의원은 지난 4월 30일 존 가라멘디(민주·캘리포니아) 마이크 왈츠(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과 함께 ‘국가해양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이라는 초당적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지침은 중국의 해양굴기에 대응해 ‘쇠퇴하는 미국의 해양력을 되돌리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의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10가지 일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가해양위원회 설립, 해운·조선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북극과 남극 등 극지에 대한 영향력 강화 등이 담겼다.
법안과 의회지침을 주도한 켈리와 왈츠는 올해 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해양역량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며 초당적인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부처 간 해양 정책 책임자를 정하고 △해양 인프라를 중요 인프라로 지정하며 △조선산업을 위한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고 △중국 해양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정학·기후변화 최전선 북극 = 미 국방부는 지난달 22일 한층 강화된 새로운 북극전략을 발표했다. 북극은 미국 해양전략에서도 핵심지역이다. 국방부는 2019년 이후 처음 북극전략을 개정했다.
미 국방부는 북극지역이 전략적으로, 자연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며 손실을 입었지만 여전히 북극에서 극심한 위협으로 남아있고, 중국은 북극으로 접근하며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 안보에 영향을 미치며 서로 협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모든 북극 국가들의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도 생겼다. 북극지역은 인도·태평양 작전 수행에도 필수 지역이다.
이들은 모두 기후변화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과도 연관돼 있다. 북극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최소 3배 이상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이 인간활동에 개방되고 있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미국의 북극지역은 조국의 방위, 국가주권의 보호, 국방 조약의 이행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우리의 북극전략은 북극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지역으로 남아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