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본토에서 지상전 계속
허찔린 러시아, 쿠르스크 반격·키이우 폭격 … “우크라 종전협상 유리한 패 확보”
11일 AFP,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국경 지역 깊숙이 침투했음을 인정했고, 우크라니아 고위관계자는 이번 공세의 목표가 “적의 위치를 분산시키고 최대한의 손실을 입히며, 그들(러시아)이 자기 국경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쿠르스크 지역 상황에 대한 일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장갑차를 이용해 “영토 깊숙이 돌파하려는 시도를 좌절시켰다”고 했지만 일부 우크라이나 군이 국경 안쪽으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 인근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의 15~35㎞까지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 이후 러시아는 예비 병력과 탱크, 항공기, 포병, 드론을 급파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 국방부는 Mi-28NM 공격 헬기가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무기를 공격해 모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파괴했고, 우크라군의 누적 병력 손실이 최대 1350명에 이르며 탱크 29대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전장이 러시아 본토로 확장되면서 러시아 측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고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했다. 타스 통신은 지금까지 총 8만4000명 이상이 쿠르스크 국경지대에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쿠르스크 전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규모 공격으로 평가받는다.
허를 찔린 러시아는 강력한 대응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군대의 강력한 대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반격에 나서 10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교 브로바리 지역을 폭격해 민간인 2명이 숨졌다. 키이우에선 이날 밤 거듭 폭음이 울렸고 공습경보가 울렸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밤새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 57대 중 53대를 격추했으며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북한산 미사일 4기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반격에 실패한 이후 잇따라 자국 북동부 영토를 실지하며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며 모처럼 사기를 끌어올렸다.
이번 본토 공격에 대한 직접 언급을 삼가왔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군사작전 중임을 공개적으로 처음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정례 연설에서 “침략자(러시아)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에 대해 보고 받았다”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그간 줄어들었던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환기하고 지지부진해졌던 서방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공격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적의 영토에서도 복잡한 작전을 수행 가능하다고 서방과 동맹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이번 러시아 영토 선제공격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 대비한 ‘카드’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러시아와 협상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서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하게 되더라도 유리한 패를 쥐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주재 서방 외교관은 이번 러시아 본토 급습이 미국 대선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사회 이슈로 떠올릴 수 있는 “완벽한 시점에 이뤄졌다”면서 “이번 작전 이전에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들고 나올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