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수출금지로 손해, 국가 책임 없어”
법원 “국민생활의 위험 막기 위한 조치”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마스크 대란으로 수출이 금지되면서 발생한 기업의 손해는 정부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수출업체 A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실보상금 5억원을 청구한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9년 12월 홍콩의 한 회사에 마스크 500만개를 450만달러(한화 약 52억원)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다음, 이듬해 2월 이 마스크를 국내 마스크 회사로부터 25억원에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해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일이 틀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2월 마스크의 수출은 오직 마스크 생산업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했고, 마스크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A사의 계약은 그 다음달 취소됐다.
A사는 “정부가 보상책을 강구하지 않고 조치를 강행하면서 마스크를 수출하지 못하는 손실을 입었다”며 “이는 수인해야 할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어선 특별한 희생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헌법 23조 3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마스크 수출금지가 헌법 23조 3항에 해당하는 사례로 보기 어렵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마스크 등 물품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국민생활의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며 “헌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의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법률에 따른 사회적 제약’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가안정법 6조는 국민생활의 안정을 해치고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수출입의 조절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어 “헌법 23조 3항은 국가가 공적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이미 형성된 구체적인 재산적 권리를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것에 관한 조항”이라며 “이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직접 손실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