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김정숙 여사 수사, 법·원칙 지켜지는 게 가장 중요”

2024-08-12 13:00:31 게재

‘기획통’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일성

조직 안정,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제고 과제

김건희 여사 ‘특혜 조사’ 논란으로 검찰의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특히 전·현직 영부인 사건 수사 지휘와 관련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원석 현 검찰총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특수통’이 아닌 ‘기획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심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조직의 안정과 함께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제고가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심우정 후보자는 11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받은 뒤 “엄중한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지명한 것은 혼란한 검찰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조직 안정화 역량을 우선적인 가치로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직 내·외부 소통 원만 관측 = 심 차관은 법무·검찰 행정에 정통한 대표적인 검찰 내 ‘기획통’으로 꼽힌다.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 차장검사 등 검찰을 지휘·감독하거나 법무 정책을 수립하고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을 주로 맡았다.

이른바 ‘특수통’ 검사의 강점이 정치 권력형 비리나 대형 기업 사건에 대한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라면, 기획통은 조직 관리 경험이 많고 넓은 시야로 검찰 안팎과 소통하는 데 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간 특수통을 중용해 온 윤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심 후보자를 낙점한 데는 이런 기획통의 강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 후보자가 총장이 되면 용산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한층 원만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검사장으로 부임한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인연이 있다.

법무부 기조실장이던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자 반발했다가 결재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추-윤’ 사태를 겪으며 심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졌다는 분석이다.

‘기획통’으로 알려진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의 인연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김 수석과 대검에서 기획과장-검찰연구관으로 만났고, 2007년엔 법무부 검찰과에서 함께 일했다. 심 후보자가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있던 2014년에는 김 수석이 직속상관인 검찰국장이었다.

현재 검찰은 조직 안팎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심 후보자의 지명은 검찰 내부 조직 안정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조사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 충돌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뒤 이를 사후 보고했고, 이 총장은 이를 비판하며 대검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 중인 것도 검찰 조직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하는 요인이다.

나아가 야권은 검찰청 폐지 등 검찰이 반대하는 ‘개혁 법안’도 대거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직을 추스르고 외풍에 공동으로 대처할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내는 것이 심 후보자에게 놓인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자는 이원석 총장보다 한 기수 높은 사법연수원 26기다. 이 총장 지명 때 기수가 7년이나 내려오면서 ‘파격 인사’라는 말이 나왔던 만큼 기수를 되돌려 심 후보자를 임명한 것도 조직 연소화의 속도를 늦추고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과 관계 설정 관심 = 심 후보자가 임명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정권 중·후반기 검찰총장의 역할 중 여당 관련 수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심 후보자는 이와 관련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수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심 후보자는 대통령실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 묻는 말에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총장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탄핵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대로 일을 못 하(게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검찰이 되도록 어떻게 검찰을 이끌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법치주의 확립, 본연의 역할 다하는 것 중요” = 심 후보자는 검찰의 당면 과제를 묻는 말에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전·현직 영부인 사건 수사 지휘를 어떻게 할 지가 주요 관심사다. 이에 대해 심 후보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구성원을 잘 이끌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이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과 관련한 특혜 논란을 어떻게 보느냐는 말에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법 앞에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어떤 수사에 있어서도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저도 같은 입장”이라며 “다만 검찰 구성원들이 앞으로 그런 믿음을 갖고 당당하게 본인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 수사 지휘권 복원 요청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12일 오후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이 확정되면 이 총장의 임기 종료 이튿날인 다음 달 16일부터 총장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신임 총장의 임기는 2026년 9월까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