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임명에 쪼개진 대한민국 …‘반쪽 광복절' 예고
민주당 등 불참…광복회 ‘건국절 추진 공식 철회’ 요구
대통령실 “건국절 추진할 생각 없다”며 막판 봉합 주목
8.15 광복절을 사흘 앞두고 있는 가운데 광복절 기념식이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와 쪼개진 채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도 불참을 통보했다. 사상 첫 반쪽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광복회는 1965년 창립이후 정부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 건 처음이다.
‘두 쪽 광복절’ 가능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뉴라이트 인사로 비판받고 있는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 미래 이사장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데 대한 반발로 촉발됐지만 현 정부 들어 추진된 뉴라이트 인사와 발언들이 쌓인 결과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 대통령의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요구했고 대통령실과 김 관장은 ‘건국절 추진을 하지 않겠다’거나 ‘건국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막판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2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윤 대통령은 김형석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3명은 독립기념관 비상임 이사에서 사퇴할 의사를 밝혔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8.15 기념식불참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이날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 임시총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회의장-시민사회 면담에서 윤석열정부의 친일행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 의장은 최근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해 윤석열정부의 안일한 대일본 대응을 지적한 바 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의 ‘불참’ 선언도 나왔다. 광복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실이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1948년 건국절’ 제정 추진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8.15 광복절 경축식 참석도 무의미하다”며 “오는 15일 오전 10시에 제 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독립운동 단체연합과 함께 백범기념관에서 자체적으로 거행키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했다. 광복회는 14일 윤 대통령의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오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가와 유족들로 구성된 공법단체다. 독립운동단체연합은 37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결성한 조직이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도 정부 주관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고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수용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정부의 어떠한 정부 기념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광복회의 정부 기념식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는 건국절을 추진한다고 한 적이 없다. 김형석 관장도 (건국절 추진에) 반대한다고 했고 보훈부도 ‘추진한 적 없다’는 말이 나왔다”며 “우리 입장이 그렇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갈등을)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건국절 추진 않겠다는 의사’를 타진하면서 막판 광복회와의 마찰이 봉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김 관장 사퇴 없이 대통령실의 ‘건국절 불추진’ 의사가 제대로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박준규·이재걸·정재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