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통합 완화의료, 암환자 삶의 질·생존율 높여
서울대병원 연구진 … 건강관리·스크레스 대처력 향상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개발한 ‘조기통합 완화의료 시스템(Early Palliative Care, EPC)’이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2년 생존율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EPC을 10회 이상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임상종양학회는 진행암 환자에게 조기에 완화의료를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조기완화의료는 말기 이전부터 항암 치료 과정에서도 통증이나 증상을 조절하고 심리·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완화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조기완화의료가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단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했다.
13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와 강은교 국립암센터· 강정훈 경상대병원 교수는 12개 병원의 진행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대조군과 중재군으로 나눠 EPC가 장기적인 삶의 질과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EPC를 받은 중재군은 18주 후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삶의 질’ 점수가 대조군에 비해 11.0p(100점 만점) 높았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였다. EPC가 특정 시점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중재군은 24주 동안 ‘자기 관리 및 대처 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중재군의 자기 관리 및 대처 능력 점수는 대조군에 비해 20.51p(100점 만점) 더 높았다. EPC가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생존율에서는 중재군이 대조군보다 높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EPC 개입 횟수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졌다. 특히 중재군 내에서 ‘10회 이상의 EPC 개입’을 받은 환자들의 2년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53.6%). 이는 집중적인 개입과 높은 순응도가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EPC를 받은 환자들은 존재와 삶의 목표 성취 등 실존적 부담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EPC가 환자들이 삶과 죽음에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강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체계적인 EPC 제공과 환자의 높은 순응도가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기 통합 완화 치료가 진행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신적·사회적·존재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완화 치료의 체계적인 제공과 개입 횟수 증가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조기완화의료가 표준 암 치료의 일환으로 조기에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는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건강경영 전략’에 기반한 체계적인 프로토콜에 따라 진행됐다. △증상과 우울에 대한 주기적 평가 △완화의료팀 회의를 통한 케어 계획 수립 △완화의료팀에 의한 구조화된 상담 제공 △건강 코치에 의한 완화의료 텔레코칭 △자가 학습 자료 제공 등이 포함됐다. 완화의료팀은 종양내과 의사와 임상 경력 3년 이상의 간호사로 구성된 건강 코치로 이뤄졌다. 건강 코치는 23시간의 오프라인 강의와 14시간의 코칭 실습 교육을 받았다. 전화 코칭은 처음 12주 동안 주 1회, 이후 연구 종료 시까지 2주 간격으로 진행됐다.
대조군은 통상적인 종양학적 관리를 받았으며, 필요 시 통상적인 완화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모든 대조군은 암 통증 조절에 관한 비디오와 책자를 제공받았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인 JAMA의 자매지인 ‘JAMA Network Open(IF=10.5)’ 최신 호에 게재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