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정리지침 ‘탄력적용’예외 뒀지만…“합리적 증명 있어야”
금융당국 ‘부실 사업장 6개월 이내 정리’ 지침 한발 물러났지만
‘예외 적용’ 상황에 대한 합리적 설명 없으면 19일부터 현장 점검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금융당국이 정리 지침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외 적용’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방침이어서 19일부터 대대적인 현장 점검이 진행될 전망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전체에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결과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에 대한 정리계획 제출과 함께 재구조화·정리 이행 완료 예정일을 계획서 제출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설정하는 내용의 강화된 지침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금융업권의 반발이 커지면서 최근 지침 적용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침 해설서를 다시 배포했다. 해설서의 핵심은 강화된 지침에 대해 ‘탄력적 설정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PF사업장 정리 지침이 너무 일방적이고 일률적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탄력 적용을 명시한 것이다. 해설서를 고려할 경우 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컨소시엄 대출로 다른 금융업권의 반대 또는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경·공매 절차 지연이 어려운 경우 등도 ‘6개월 이내 완료’ 원칙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탄력 적용의 경우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설명과 증명이 어려운 곳에 대해서는 지침을 원칙대로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위해 강화된 지침을 마련했고 이후 다소 유연화 된 지침 해설서를 작성해 배포하면서 한발 물러나는 듯 보였지만, 실제 지침 적용에 있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한 것이다. 경·공매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업장에 대해서는 그에 준하는 대손충당금을 쌓겠다는 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한 사실상 합리적으로 증명됐다는 금감원의 ‘통과’ 결정을 받아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강화된 지침에는 최저 입찰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해 경·공매로 나온 사업장이 유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초 1회 최종 공매가는 장부가액으로 설정하도록 했지만 유찰 후 재공매 때는 직전 회 최종 공매가보다 10%가량 낮게 설정하는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지침 해설서에는 ‘최초 1회의 최종공매가는 실질 담보가치를 감안해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과 ‘최종공매가는 직전 유찰가보다 낮게 설정하되, 매각 가능성 및 직전 공매 회차의 최종공매가 등을 고려해 가격 하향률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부가액이라는 가격 지침과 구체적인 하향률을 제시하지 않고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합리적 설정’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금융회사들은 해설서를 참고해 지침보다 완화된 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지만 금감원이 당초 제시한 것보다 완화 폭이 커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합리적 설명과 증명이 부족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19일부터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금융회사들이 제출한 계획안을 검토해서 현장 점검 대상을 가리는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난 지침 해설서를 내놨지만 금감원의 부실 사업장 처리 원칙과 입장이 명확한 만큼 어느 수준에서 계획안을 내야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말까지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결과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주 중소형 캐피탈사 5~6곳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하고 3~4곳에 대해서는 서면점검을 진행한다. 올해 3월말 기준 51개 캐피탈사 중 11곳의 연체율은 11%를 넘었다. 일부 업체는 부동산PF 연체율이 6월말 기준 30~50%까지 높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소형 캐피탈사들 일부는 신규 영업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라며 “자체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계속 올라가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PF 부실이 가속화될 경우 2금융권 중에서도 캐피탈 업계가 가장 취약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 캐피탈사들의 유동성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