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가 되살린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속도 낼까
민주당 “플랫폼업체 미정산사태 예방 위한 제도개선 근본 대책”
여야 합의처리 목표 … “여당도 형태 다르지만 반대는 아닐 것”
정부여당은 대규모유통업법 손질에 무게 … 업계반발도 걸림돌
13일까지 확인된 티메프(티모+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액이 1500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후속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형 플랫폼업체의 거래업체에 대한 갑집을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제정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온플법 제정을 티메프TF 1호법안으로 공식화하고 있다. 전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철저한 원인규명을 비롯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 반드시 필요한 법안과 제도 개선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티메프 피해 합산액이 1443억원에 이르고 피해액을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도 9000여명에 이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야당은 “온플법 제정, 당론으로” = 민주당은 온플법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입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온플법은 당 티메프 사태 TF 1호 법안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플법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가능한 여야 합의로 처리할 것이다. 여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 티메프 사태로 매우 많은 분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여당이 온플법을 반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우리 당 안처럼) 온플법이라는 형태로 발의되면 상임위원회에서 같이 놓고 심의할 수 있고, (정부·여당이) 다른 법을 내면 그것대로 심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무위에서 정부여당이 내놓은 대규모유통업법 등 개정안과 야당의 온플법 등 제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부·여당이 반대하더라도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당과 최대한 논의하겠지만, 이번엔 반대하더라도 당론으로 채택해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온플법은 총 7개로,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대표발의했다. 법안별로 조금씩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들의 불공정행위 제재를 목적으로 고 있다.
민주당은 공정위 담당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온플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현재 발의된 법안들에 대한 교통정리도 빠르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 을지로위원회와 티메프 TF를 중심으로 총선 공약인 만큼 하루빨리 입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강조하는 정부 = 정부여당도 ‘피해구제와 제도개선’을 다짐하고 있지만, 후속대책을 놓고서는 야당과 조금 결이 다르다. 윤석열정부 출범과 함께 ‘온플법 백지화, 플랫폼 자율규제’를 내건 사정과 무관치 않다. 정부는 미정산사태 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3일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하면 플랫폼업계의 미정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가 플랫폼업체와 거래기업간 갑을관계에서 비롯됐고, 이런 문제까지 법적으로 해결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긴다면 온플법 제정 논의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방침이 ‘플랫폼-거래기업의 갑을 문제는 자율규제로 우선 해결한다’는 것인만큼 아직은 자유규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티메프 사태로 인해 ‘재발 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정산 주기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이 과거부터 있어왔다”며 “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온플법 제정에 대해서는 여야간 온도차가 있어 이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규제 정부방침 바뀌나 = 업계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 온플법은 문재인정부가 플랫폼 기업 규제에 무게를 뒀던 2020~2021년 사이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관련 업계가 반발하고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자율 규제’ 기조를 내세우면서 없던 일이 됐다.
과도한 규제가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게 업계 반발의 명분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이번 사태로 정산 주기와 대금의 유용방지에 대한 금융감독의 감독 강화 등은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온플법을 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 비약적이다. 구조적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 원칙을 내려놓을 지도 관심사다. 다만 정부의 자율규제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어 ‘정책 변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지난 4월 플랫폼 기업들과 자율규제 방안을 점검했지만, 오히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크게 올렸다. 배민은 포장 주문 서비스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렸고, 신규 입점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달 초에는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3%p 인상하기로 했다. 40%대의 높은 인상률이다.
시장점유율 1위 e커머스 플랫폼인 쿠팡도 지난 7일부터 유료멤버십인 와우 회원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 소비자 반발을 불러왔다.
◆온플법 정부초안 살펴보니 = 한편 내일신문이 입수한 온플법 정부초안에 따르면 제6조에서 ‘플랫폼업체는 거래업체와 계약서를 서면으로 제공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 계약서에는 △수수료 부과 기준과 절차 △계약해지, 갱신 절차 △환불 규정 △판매대금의 정산 절차, 방식, 시기 △판매과정서 발생한 손해의 분담기준 등 14가지 사항을 의무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또 공정위는 플랫폼업체가 준수해야 할 표준계약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당시 온플법 제정에 관여했던 인사는 “판매대금 정산시기와 관련해 대형유통업체(40일)와 하도급법상 규정(60일) 등을 참고해 변화가 빠른 플랫폼업체 특성에 맞도록 정산시기를 확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당시 관련 토론회에서 입점업체나 소상공인연합회로부터 ‘대금정산이 늦어 어려움을 겪는 영세업자들이 많으니 입법에 참고해달라’는 민원을 많이 받은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온플법이 제때 입법되고 시행됐다면 티메프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설명인 셈이다.
당시 온플법은 플랫폼(e커머스)업체의 각종 갑질을 규제하는 조항도 있었다.
온플법은 제9조에서 5가지의 구체적인 행위를 금지했다. 여기에는 대금지급을 늦추는 등의 경제상 불이익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공정위가 즉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법위반 금액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