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시장에 ‘대기업 리츠’ 주목
단기 PF 불안보다 안정적 리츠 거래 선택 … 삼성그룹 부동산자산 매입 관심
사무용빌딩(오피스)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신규 공급이 부족한 서울 오피스시장에서는 대기업 리츠가 그룹 자산을 매입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3일 상업용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리츠들이 서울시내 주요 대형 오피스거래를 성사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코람코자산운용은 ‘GS건설 서초타워’를 신한알파리츠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가는 2023억원이다. ‘더에셋 강남’ 거래가 끝나면 올해만 3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서초타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코어오피스 빌딩이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 역세권 빌딩으로 과거 JW중외제약이 본사로 사용하던 곳이다.
삼성생명 부동산 운용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도 올해 들어 오피스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RA는 지난달 입찰을 진행한 1조원 규모 ‘더에셋 강남’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 건물은 삼성화재 본사 사옥으로 삼성그룹이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한지 6년 만에 다시 삼성이 되사들이는 셈이다.
삼성SRA자산운용은 브릿지론 단계에 있는 을지파이낸스센터(EPC) 매수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PC는 지난해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공사비 증액 등의 문제로 5개월 만에 매매양해각서를 해지했다. 당시 매매양해각서 상 금액은 3.3㎡당 4150만원, 총 81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SRA자산운용이 ‘더에셋 강남’과 함께 EPC를 매입할 경우 그동안 서울시내 주요 오피스를 매각해왔던 삼성그룹이 다시 부동산을 자산으로 편입하는 경영의 전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 자금이 투입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개발 사업장도 본 PF 전환에 성공하고 대형 오피스가 빠르게 수혈될 것으로 보인다. 성수동 오피스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빅트라이앵글피에프브이는 최근 2050억원 규모의 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만기는 2027년 11월까지다.
이곳은 성수동2가 268-2번지 일원에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의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짓는 사업장이다. 태영건설이 추진하던 ‘성수동 오피스 3차’ 사업장으로 워크아웃 이후 사업이 공전한 곳이다.
SK그룹 리츠 운용사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는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약 2500억원에 인수하며 거래량을 늘렸다. DDI는 태영빌딩 인수를 위해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인 ‘티와이제1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국토교통부에 영업 등록했다.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한달여 만이다. DDI는 연내 자금 모집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처럼 서울시내 오피스 거래는 리츠에 의존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단기 PF로 인한 부실 우려가 커짐에 따라 안정적인 리츠시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대형 개발사들이 우량 자산을 리츠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 뒤 이를 개발에 투입해 자기자본 비중을 월등히 높여 개발과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은 ‘하반기 오피스 전망 보고서’에서 상장리츠가 하반기 오피스 거래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스폰서리츠(대기업 리츠로 계열사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리츠)가 그룹의 상징적 자산을 쓸어 담고 있는 점도 하반기 주목할 점으로 지적됐다. 대표적 스폰서리츠 거래로는 △한화리츠의 장교빌딩(8000억원) △삼성FN리츠의 삼성화재 판교사옥 △디앤디플랫폼리츠의 명동N오피스 등이 있다. 삼성증권은 “프라임급 오피스 편입이 증가하고 금리 하락기 레버리지 추구가 가능해짐에 따라 상장리츠들이 과감히 대형 자산 편입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대기업의 스폰서리츠가 그룹의 상징적 자산을 쓸어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