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배달수수료 문제 어떻게 대처할까

2024-08-13 13:00:18 게재

코로나 사태로 배달 전성시대가 열렸고 그 후유증으로 배달수수료 문제가 민생과제의 하나가 됐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돼 식음료 배달이 급증했고, 소비자나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이용이 늘면서 배달수수료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배달앱은 더 많은 소비자나 자영업자가 가입할수록 효율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서 배달앱 회사들은 각종 가입행사나 할인혜택 쿠폰제공 등으로 가입자를 늘렸다.

배달앱 가입과 사용이 늘어나며 배달앱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배달수수료는 소비자나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 됐다. 자영업자가 부담한 배달수수료는 직접 식음료가격에 반영됐고, 배달앱 회사가 소비자에게 할인이나 혜택을 제공해도 그 비용은 자영업자에게 전가돼 결국 식음료가격에 반영된다.

소비자와 자영업자에 전가되는 배달수수료 방식 구조적 문제 심화

배달수수료는 주요 3개 배달앱 회사가 주문금액의 6.8% 또는 9.8%의 일정비율로 부과하는 정률제 방식이다. 그리고 소비자나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료가 추가되기도 한다. 배달수수료가 정률제 위주로 부과되다 보니 이용자 증가는 물론 배달건수나 주문금액이 늘어나면 소비자나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급증했다. 이러한 부담은 배달앱 회사들에게 큰 수익이 됐다. 배달수수료가 이런 방식으로 부과돼 구조적인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배달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두 사례가 모두 자영업자에게 과다한 부담을 초래한 수수료 문제였고 발생배경이나 전개과정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IMF 사태를 지나며 정부가 내수진작과 음성적인 소비를 양성화하기 위해 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했고, 카드사들은 각종 가입행사, 할인혜택과 포인트 제공 등을 내세워 가입자를 늘렸다. 카드 가입자가 늘어나고 이용 횟수나 금액이 증가하다보니 카드사들이 가맹점에서 일정 비율로 받는 수수료 수익은 급증한 반면 가맹점들은 늘어나는 수수료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이러한 수수료 문제로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간에 갈등이 심각해졌고 마침내 정부가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그래서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부터 13차례에 걸쳐 계속 인하됐는데, 2007년 8월 4.5%에서 2022년 2월에 연매출 5억원 이하 자영업자의 경우 규모별로 1.1% 또는 0.5% 수준으로 대폭 떨어졌다. 이러한 인하 과정에서 정부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가맹점 수수료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고, 3년마다 일종의 원가분석을 바탕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적격비용 산정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정부는 계속 인하대책을 마련했지만 배달수수료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런데 카드수수료나 배달수수료는 모두 각각의 회사들이 용역 제공에 대해 부과하는 대가에 불과하고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

시장경제 원리가 작용하는 가격이라면 정부 개입이 부적절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적극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신용카드의 경우 사용자가 증가하고 사용횟수나 금액이 늘어나 가맹점들의 수수료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정부 대책으로 인하가 이뤄졌다. 배달앱의 경우도 이용자가 늘어나고 이용횟수나 금액이 증가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처럼 적극적 문제해결 나서야

정부는 지난달 23일 배달수수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배달앱 회사, 입점업체, 공익위원, 정부 측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배달수수료 문제를 시장의 자율규제나 상생협력을 통해 해결하려는 방식이어서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같은 방식으로 배달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