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협상에 명운 달린 중동정세
이란측 “휴전만이 보복 미룰 길” … 바이든 “타결땐 이란 보복공격 보류 가능”
러시아를 방문 중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3일(현지시간) 이란의 보복 결정 시점을 몇시간~며칠로 예상한 와중에 이란측 고위관계자들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 성사를 대이스라엘 공격을 늦출 유일한 조건으로 언급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왔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협상 타결 시 이란의 보복이 보류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고위 관계자 3명은 “이번 주 예상되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져야만 이란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 암살에 대한 직접 보복을 미룰 수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 중 한명은 고위급 안보 관계자로, 그는 “가자지구 협상이 실패하거나 이스라엘이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판단할 경우 이란은 헤즈볼라 등 동맹국들과 함께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이란이 협상이 얼마나 진행될 때까지 기다릴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소식통들은 또 하니예와 헤즈볼라 사령관 후아드 슈쿠르의 사망 이후 중동 전쟁 확대 위험이 커지자, 이란은 보복 수위를 조율하는 방법을 두고 최근 며칠간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집중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 두명은 “이란이 휴전 협상에 대표 파견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대표들이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미국과의 외교적 소통을 위해 배후에서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이란이 보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휴전 타결은 이란이 더 작은 “상징적”인 대응에 나설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우리의 대응이 휴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시기를 정하고 실행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와 이스라엘 총리실, 이란 외무부와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러한 전언에 대한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날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쟁 휴전 협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과 APTN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이란의 공격이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란이 보복 공격을 보류(hold off)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이 내 예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15일 가자지구 휴전 협상 재개가 추진되는 것과 관련, “우리는 협상 담당자들이 논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휴전 협상 타결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에게 “이란과 그 대리군들이 이번 주에 어떤 일이든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그 일이 일어나면 목요일(15일)에 열릴 예정인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하마스는 협상이 진행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상황이다.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뒤 가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 관련 결정이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시간 안에 내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일 휴전 협상에 대해 “하니예 암살에 대한 이란의 대응 수준이 어떨 것인가가 현재 가장 긴급한 문제”라면서 “관련된 모든 국가들 사이에서 아주 긴장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