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리셀 후속대책’, 노동계 “맹탕”
이정식 장관 “불법파견 수사중”
6월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특별감독 결과와 후속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불법파견 문제 빠진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를 열고 아리셀 공장 특별감독 결과 비상구 부적정 설치, 안전교육 미실시 등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사항 6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교육 의무화를 위해 산안법을 개정하고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격벽 설치와 비상구 시설 개선에 최대 1억원 지원 등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23명의 노동자 사망에 50일을 넘겨 발표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라며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50인 미만 사업장 신고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해 나간 아리셀 참사의 근본문제에 대한 정부의 조사나 대책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형식적인 입국 전후 교육 강화, 이주노동자에게는 전달되지도 않는 교육교재를 더 많이 쌓아놓고 현장은 알지 못하는 유학생·결혼 이민자를 안전보건 통역사로 양성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있다”며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고위험 제조업 산단에 공동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실제 일하는 현장 위험에 대한 공동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전문가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의 제언은 깡그리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아리셀 참사를 단순 화재사고로 둔갑해 비상구, 대피로 대책만 늘어놓고 있는데 일반 화재안전 대책으로는 제2, 제3의 아리셀 참사를 막을 수 없다”며 “이와 무관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인상과 안전관리자 양성,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 각종 위험성평가 지원 프로그램, K-안전문화 평가 지표 개발 보급 등 이미 추진 중인 대책을 아리셀 참사 대책으로 둔갑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그동안 이주노동자들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당연히 적용됐어야 할 최소한의 안전대책일 뿐 이 정도로 실질적인 산재예방 효과가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형식적인 사업주 교육 외에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식을 제고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험성평가에 대해서도 “기존의 형식적인 위험성평가에서 벗어나 위험요인 발굴 등에 대한 안전보건활동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사업장의 안전보건역량을 키우는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불법파견 부분은 지금 수사 중”이라며 “경찰은 경찰대로 고용부는 고용부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리튬 배터리와 관련된 좀 더 기술적이고 고도로 특수화된 부분은 행정안전부에서 8월 말에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