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 ‘3%대 이하’인 680조 안팎 가닥

2024-08-14 13:00:05 게재

올해 세수도 최소 10조원대 결손 전망 … 2년째 역대급 긴축

야당은 “재정역할 높여 내수부진 탈출” … 국회심의 진통예고

R&D예산 늘리고 국가장학금 확대 … 저출산 대응 예산도 ↑

내년도 예산안을 막판 조율 중인 정부가 지출증가율 ‘3%대 이하’의 긴축 예산을 기조로 잡았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고된 상황이란 점과도 무관치 않다. 세수결손 상황에서 윤석열정부 재정정책 기조인 ‘건전재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임기 첫 3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역대 정부 중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최근 내수부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하면, 예산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8월말 예산안 확정 = 14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까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내달 초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막바지 편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 예산을 3%대에서 묶겠다는 기류다. 올해 세수가 당초 전망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2023~2027년 중기 재정운용계획’(중기 계획)에서 밝힌 내년 지출 증가율은 4.2%다.

하지만 상반기까지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올해 세입 예산(367조3000억원) 대비 진도율이 45.9%였다. 실적을 기준으로 한 최근 5년 진도율은 평균 52.6%다. 최근 상반기 세수가 연간 실적의 50%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세수는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올해와 진도 흐름이 비슷했던 2013년과 2014년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적어도 10조원대는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감소하면, 이를 기준으로 전망한 내년 세수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중기 계획에서 전망한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보다 9.2% 늘어난 401조3000억원이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작년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내년 법인세가 대폭 증가하겠지만, 올해 10조~20조원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내년 세수도 당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건전재정 기조 유지하려면 = 여기에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준칙에 준해 예산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3% 이내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이다.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데 재정준칙을 지키려면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

올해 세수 결손으로 내년 국세 수입이 중기 계획보다 10조원 줄어든다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3%가 되는 총지출 규모는 676조원 안팎으로 지출 증가율이 3% 내외가 된다. 다만 GDP가 2020년 기준으로 개편되면서 내년 GDP가 중기 계획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지출 증가율은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이 3%대에 그친다면,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임기 첫 3년간 증가율이 가장 낮은 정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출 증가율이 3.9%면 총지출은 682조2000억원이 된다. 2022년(604조4000억원·본예산 기준) 대비 12.9% 늘어난 규모다. 이는 문재인정부 첫 3년간 증가율(28.2%)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13.0%), 이명박 정부(20.2%)보다도 낮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에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한 결과다.

◆연구개발 등은 예산확대 = 정부는 그러면서도 필요한 분야에는 재정 투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주요 R&D 예산의 경우 올해보다 2조9000억원(13.2%) 증액한 24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소상공인·청년·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주요 민생 지원 예산도 총지출 증가율의 1.5배 이상 늘려 편성한다.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50만명으로 늘리고 연간 최대 240만원을 지급하는 주거장학금도 신설한다. 육아휴직급여 인상, 아이돌봄서비스 소득기준 완화,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경로당 식사제공 확대, 이공계 대학원생 대상 연구생활장학금 신설 등도 추진한다. 저출생 대응, 의료개혁 등을 위한 투자도 늘린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병행하고 있다. 재정 상황이 빡빡한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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