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6개월, 해법 나오나 ② 대학들 대책은
‘제2의 서남의대’ 양산할라…“기준 미달 의대 나올 수도”
5만명 청원 “교육부, 의평원 공개 압박”, 이주호 “공익 우선해야”
“증원·유급 학생 교육 가능하냐” … 제반시설, 교수, 예산 확보 비상
증원 신청 따른 배분 기준 공개될까…전남 의대 설립은 오리무중
의정갈등이 6개월을 넘어섰지만 정부는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급증한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 결과에 따라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하는 ‘제2의 서남의대’가 나올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 교육여건을 평가하는 의평원에 교육부가 압박을 가했다는 지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유급되거나 증원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강의나 교수확보가 가능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각 대학의 증원요청과 이를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배정했는지, 전남지역 의대 설립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의구심을 낳고 있다.
13일 국회 교육위 관계자는 “오는 16일엔 교육위로 들어온 청원에 대한 교육위와 보건복지위의 연석청문소위가 열린다”며 “가장 핵심은 ‘제2의 서남의대가 나타날지를 따져보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에 5만명 동의를 얻어 교육위에 회부된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 교육부 청문회 요청에 관한 청원’에서는 “지난달 4일 교육부 차관이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기준을 바꾸고, 기존의 이사진도 변경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과 7월 교육위 전체회의를 종합해 보면 정을호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전례 없는 조건을 달아 (의평원에)공문을 발송하고 차관님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으로 경고했다”며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에 의평원 관계자가 ‘의대 정원 증가에 따라서 의학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해 교육부가 의평원이 평가인증 기준을 바꿀 때 교육부 산하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서 사전심의를 받으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의평원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정부의 의평원 압박 우려 = 이주호 교육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의평원이 학사 운영 차질을 극복하기 위한 탄력적 학사 운영과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이 평가 인증 기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관계 법령에 따라서 병원의 주요 변화계획 평가의 기준·방법 및 절차 등이 변경되는 경우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건을 부과한 것”이라며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교육부가 지휘 감독권한이 있다”고 했다.
◆학생정원 어떻게 배정했나 = 각 대학으로부터 증원신청을 받은 후 이를 배정하는 과정에 대한 의문도 크다.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심사위원장 에 대한 청문회 증인 불채택과 관련해 민주당은 증인 불채택에 동의하면서 ‘의과대학 학생 정원에 관한 배분 근거와 배분 과정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김영호 위원장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료제출뿐만 아니라 이 증인도 반드시 출석시키겠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조정훈 의원도 “배정심사위원회의 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 아니면 문제가 있었는지를 판단하실 정도의 자료는 교육부에서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존 선발 학생에 증원, 유급된 학생까지 더한 1학년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가장 핵심은 교수확보다. 정 의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따라서 25년도까지 늘어나는 신입생에 따라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님들이 확실하게 확보가 되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다양한 충원 경로” “너무 높은 벽 하향조정”을 제시하며 “9월에 의대교육 선진화 방안을 내놓는다”고 했다. 이외에도 교육을 위한 강의실 등 제반시설, 예산확보 등도 주요 점검대상이다.
◆“의대 신설을 전남도지사가?” = 의대가 없는 전남도에서는 의대설립을 요청해놨고 정부는 전남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주문해 놓은 상태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은 “왜 전남도지사 보고 의대를 선정해 오라는 말도 안 되는 행정들을 하고 있느냐”고 했다.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전남도가 어느 대학에 의대를 신설할지 정해 오면 적극 반영하시겠다고 말씀한 바가 있다”며 “전남도가 공신력 있는 기관을 선정해서 공모 방식으로 대학을 선정하려 하고 있다. 향후에 교육부는 전남도의 공모 결과를 존중해서 이런 협의를 진행하려고 지금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견이 많고 지역 내에서 갈등이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협의해 오는 과정을 거치면 훨씬 더 원활하게 실행될 것”며 “지역 차원에서 해결되는 게 중앙정부로서도 훨씬 더 효과적”이라도 했다.
김 의원은 “(목포대, 순천대) 두 대학 중에서 한 대학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두 대학 다 할 수도 있느냐, 아니면 두 대학이 공동 의과대를 하는 게 맞느냐”며 “더 선명하게 교육부에서 알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하자 이 장관은 “지역의 교육이나 의료 이슈는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최대한 존중을 해 드려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거기서부터 논의가 출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마 대통령께서도 그런 취지로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한 방식이)된다, 안 된다고 할 사안은 아닌 것 같고 지역에서 충분히 논의를 하셔서 좋은 대안을 마련해 주시는 것이 좋겠다”며 “교육부에서 상의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