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경제적 삶 '대체로 맑음’ 되길

2024-08-16 13:00:02 게재

일상의 나날들이 햇살 찬란한 날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다. 가끔은 천둥도 치고, 폭우도 내려친다. 어쩌면 우리네 삶, 특히 경제적 삶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가까이는 아직도 진행형인 코로나 팬데믹부터 우리 마음에 생채기로 남아있는 IMF 외환위기 사태까지… 우리가 걸어왔던 지난 경제의 시간들은 그런 흐림의 순간들을 맑음으로 만들어낸 의지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맞이하는 흐림과 맑음은 밤과 낮보다도 더 극명하게 지금의 대한민국을 가르고 있다. 발표되는 전반적인 경기지표는 지난 몇년간, 특히 코로나의 암울함을 벗어나 조금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평균의 함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몇몇 산업군과 특정 기업의 성적일 뿐이다.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대다수 기업과 국민의 삶은 점점 먹구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뿌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삶 점점 먹구름 속으로

눈을 돌려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돌아보자. 대한민국 780만여개 기업 중 97% 정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 고용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이웃의 형편은 지금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인공지능(AI), 친환경 흐름의 대두, 미중 패권전쟁 등 거시적 환경의 소용돌이 속에 기존의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불확실성과 불연속성의 급격함이 심화된 대전환시대에 기존 사업에서의 경쟁력 제고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전환까지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만 1000곳이 넘는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하여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4대 은행 신규 연체액은 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7%를 넘어간 현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급속히 상승한 최저임금은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에게는 비수와도 같은 칼날이 되고 있다.

물론 그 어느 누가 더 많은 임금을 통해 ‘사람다운 삶’을 보장해 준다는데 반대가 있겠는가. 다만 현재의 사업영역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상승 속도는 결국 일자리 소멸과 전형적인 ‘조삼모사’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고용없는 자영업 비중이 70%를 넘어섰고 지난해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 98만여명 중 절반의 이유가 사업부진이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노동관련조정법 개정안 등 노동현안 문제는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고자 하는 기본적 요구를 부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만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경제의 뿌리가 되는 중소기업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의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심화다. 경력이 쌓일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져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50대 초반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40%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러한 차이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기업만을 목표로 세월을 보내는 젊은층을 양산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각 경제주체의 현실 제대로 진단해야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각 주체마다의 현실을 제대로 평가하고 진단해야 한다. 경제는 각 개별요소가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나 궁극적으로는 상호 긴밀히 연결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특정 구성요소의 불균형은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심각히 저해할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처한 작금의 현실은 ‘쭉 흐림’ 이다.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우리의 이웃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환한 얼굴을 우리는 다시 찾아야 한다. 내일의 하늘은 ‘가끔 흐림, 대체로 맑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 삶 ‘한때 흐림, 대체로 맑음’ 되길.

이상명

한양대 경영대 교수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