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지자체 곳곳 ‘친일’ 논란

2024-08-16 13:00:01 게재

김진태 ‘건국’ 발언에 경축식 파행

독립기념관 경축식, 지자체가 개최

지하철역 독도 조형물 철거 논란도

15일 정부가 주최한 광복절 경축식에 해방 이후 처음으로 광복회와 야당이 불참해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방에서도 경축식이 파행을 빚거나 야당이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방의회에선 야당의원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를 요구하며 여당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형석 관장 임명 철회하라” 충남지역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15일 천안 독립기념관 분수광장에 모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철회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제공

강원도가 이날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주최한 광복절 경축행사는 김진태 지사의 건국 관련 발언에 광복회원들이 항의하며 퇴장하면서 파행됐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어떤 분들은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수립이 이뤄진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에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통치권이 없었고 주권이 미치는 영토도 없었다”며 “만약 1919년에 건국이 됐다고 하면 나라가 이미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도 필요 없고 광복 자체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뉴라이트의 ‘1948년 건국절’ 주장을 옹호한 것이다. 이에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 지부장과 회원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장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김 지사의 건국절 발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당 강원도당은 논평을 내 “김 지사의 ‘1948년 건국’ 주장은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억지와 같다”며 “1919년 3.1 독립선언에 이어 대한민국을 건국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규정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에서도 광복절 행사에서 항의·퇴장 소동이 벌어졌다. 기념사에 나선 백기환 광복회 부산지부장이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백 지부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 운동을 폄훼하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인사”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일부 보훈단체가 반발하며 퇴장했다.

중단위기에 처했던 독립기념관 광복절 경축식은 우여곡절 끝에 천안시 주관으로 열렸다. 독립기념관 경축식은 1987년 개관 이후 매년 독립기념관 정부 충남도 등이 돌아가며 주최했다. 하지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취임한 다음날인 9일 독립기념관이 올해 경축식을 취소하면서 처음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이날 독립기념관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1987년 천안에 세워진 독립기념관은 우리나라 광복의 상징이며 동시에 우리 천안시민의 자랑”이라며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천안시 주관의 기념식을 거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충북도가 이날 청주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 광복절 경축식은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친일 논란’을 이유로 경축식 불참을 선언하고 삼일공원에서 소속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당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기념관장 임명 윤석열 정권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광희(청주 서원) 도당위원장은 “헌법과 민족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인사를 역사와 교육, 방송, 독립운동 선양기관의 장으로 임명하는 인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민족과 역사, 국민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충남 대전 광주 경기 세종 거제 등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회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편 서울에선 지하철역 대합실에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이 광복절을 앞두고 철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잠실역과 안국역에 설치된 독도 모형이 광복절을 앞둔 지난 8일, 12일 각각 철거됐고 광화문역의 독도 모형은 지난 5월 철거 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설치된 독도 홍보를 위해 설치된 모형이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과 건국절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철거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각종 의구심을 쏟아졌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을 위한 선제적 대책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전체 역사를 대상으로 승객 이동에 지장을 주거나 교통 약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시설과 조형물 등을 전수 조사했다”며 “시청역과 김포공항역, 이태원역의 독도 모형은 그대로 유지하고 철거된 역에는 독도 모습이 담긴 액자를 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곽태영·윤여운·곽재우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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