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해양연구력·경제력 뒷받침하겠다”
[인터뷰 | 정해진 한국해양한림원 회장]
미국의 목성위성 바다탐사 참여해야
기후변화·바다사막화 대응 연구 중요
지난 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만난 정해진 한국해양한림원 회장은 세계적 수준에 오른 우리나라 해양경제력과 연구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한국해양한림원이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정 회장은 지난 1일 제2대 해양한림원장에 취임했다. 해양생태계의 구조·기능·변화·이용 등에 대한 연구를 해온 그는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미국과학원회보(PNAS) 등에 213편의 논문을 발표한 권위자다. 적조 원생생물 혼합영양 와편모류 등 해양생물학 10여개 연구 분야의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순위에서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력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옥조근정훈장(2020년)을 수훈했고,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에서 가장 업적이 뛰어난 업적을 낸 현직교수에게 수여하는 연구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울러 국제원생생물학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최고 논문상인 ‘트래거 어워드(Trager Award)’, 미국조류학회 최다인용논문상, 해수부 장관상, 교육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해양한림원은 과학기술한림원에 비해 생소하다. 어떤 역할을 하나.
한국해양한림원은 2021년 7월 설립됐다. 해양 분야 한림원은 세계 최초다.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인데 해양강국으로서 위상을 유지·발전 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에 오른 해양연구력·경제력이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 해양분야 석학들이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초대 회장인 이기택 포항공대 교수 등과 함께 만들었다. 설립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의 적극 지원과 격려가 있었다.
현재 26명의 석학회원과 원로회원 1명, 준회원 2명이 있다. 정원은 석학회원 60명, 준회원 40명이다. 1년에 3~4명의 석학회원을 계속 선발할 예정이다. 석학회원 선발은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피인용 횟수가 중요 기준이다. 준회원은 석학회원 연구업적의 80% 정도 수준이 되는 분들을 선발하는데 5년 후 평가를 통해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해양과학과 수산 쪽에서 먼저 모셨는데 최근 조선해양 부문에서도 이신형 서울대 교수를 석학회원으로 모셨다. 해운 항만 물류 해양법 해양정책에 있어서도 세계적 수준의 명성을 가진 분들을 모시려 한다.
해양한림원은 정부의 해양 관련 정책이나 판단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더 열심히 학문할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면 석학으로 존경받을 수 있고 국가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한림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부 입장에서는 해양분야 석학들 모임이 있으면 다양한 해양 관련 현안과 이슈 등을 토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다. 해양은 물 속에 있어 잘 안보이고, 이해하기 어려운데 석학회원들의 깊은 지식으로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오염수 관련 논란과 관련한 토론회도 해양한림원이 자리를 마련하고 해양학회가 주도했다. 과정에서 깊이 있는 토론과 함께 관련 과학적 사실을 계속 제공하면서 논란이 줄어들게 하는 역할을 했다.
국제협력도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 수준으로 오기까지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양선진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우리가 선진국이 되면서 베풀어야 할 때가 됐다. 해양한림원을 통해 인류 공통의 해양지식에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최근 심해저광물에 대한 관심 커지고 있지만 해저생태계와 연관돼 민감하다. 과학적 판단이 중요한데 우리 과학계도 논의하고 있나.
해양에 대한 개발과보전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 문제인데 과학계 뿐만 아니라 유엔차원에서 계속 살피고 있다. 관련 국제기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욕심을 좀 덜 부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과학기술이 굉장히 뛰어나면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깊은 바다에 있는 망간단괴 등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50여년 됐지만 아직도 채굴하는 게 큰 문제다. 저인망식으로 채굴하면 생태계를 많이 파괴할 수 밖에 없다. 제한된 지역에서 목표물을 콕 집어 올리는 게 기술인데, 로봇도 만들었다. 필요하면 자연은 개발해야 하고 과학기술이 이를 정밀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해양자원 관련 석학들도 한림원에 모셔야 한다.
●세계적 해양과학자들과 교류는
석학회원인 유신재(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의 경우 국제해양연구위원회 의장인데 미국에서 후원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해양연구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구다.
이기택 교수는 미국지구물리학회 석학회원인데, 미국지구물리학회 정회원 중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0.1% 이내만 선발한다.
석학회원인 김광용 교수(전남대)는 해조류 전문가다. 김 교수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조류학회지에 앞서 한국조류학회 저널을 만들었는데 생물관련 세계 110여개 저널 중 상위 10% 이내 수준이다.
●해양과학에 대한 연구투자는 왜 중요한가.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의 대부분은 바다에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직 많지 않다. 기후변화로 탄소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만 99.8%는 바다생물에 의해 만들어진다. 금성과 지구의 탄소량은 같지만 지구에는 생물이 있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대부분 흡수·저장했고 금성은 이것이 안되니까 온도가 476도까지 올라갔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15도다. 바다생물의 역할이 점차 밝혀지면서 해양생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가는 중이다.
질소 인 등의 유기물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는 양이 줄어들면서 바다사막화가 진행되는 것 아닌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바닷물이 섞이는 현상이 줄어들고 심해저의 영양분이 표층으로 올라오기 어려운 현상과 겹치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 등 태양계에 있는 바다도 해양학의 연구분야가 되고 있다. 미국이나 선진국은 우주해양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한 우주선을 발사하려 한다. 유로파 얼음을 뚫고 센서를 가진 50개 로봇을 뿌리려 하는데 우리가 센서 등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도 혼자 하는 것 보다 동맹국들과 함께 하는것이 비용 등에서 유리하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