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료 줄면 ‘금융부실 대비 여력’ 감소…‘보험료율 한도’ 이달말 일몰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부채 7.2조 … 보험료 연 7800억 줄면 부담 커져
금융회사 부실 대비한 연장 법안 필요 … 예보 ‘특별계정 정리방안’ 연구 착수
금융부실에 대비해 예금보험기금 적립을 규정해 놓은 금융회사의 보험료율 한도 조항이 이달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연장 법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보험료 수입이 연간 약 78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국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현행 예금자보호법 부칙은 보험료율 한도에 관한 적용기한을 이달 31일까지로 정하고 있으며 이를 다시 정하지 않을 경우 1998년도 ‘예금자보호법’에서 정한 업권별 보험료율 한도 규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현재 시행령 규정에 따라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금융투자 0.15%, 상호저축은행 0.4%다. 하지만 연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이달말을 넘기면 1998년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한도가 적용돼 은행 0.05%, 금융투자0.1%, 상호저축은행 0.15%로 예금보험료율이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2023년 기준으로 산정한 결과 연간 예금보험료 수입이 약 7751억원(32.6%)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 4943억원, 금융투자 259억원, 저축은행 2549억원이 줄어든다.
예금보험 대상인 부보금융회사가 내는 보험료는 예금보험기금으로 들어가는데 업권별 고유계정과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으로 나뉜다. 보험료의 55%는 은행 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 업권별 계정으로 들어가고, 45%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에 투입된다.
특별계정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부실 정리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됐다. 저축은행 사태 수습에 27조2000억원이 투입됐고 이후 예금보험료 중 일부, 예금보험기금채권 발행, 예금보험기금의 각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외부 차입금, 회수자금 등으로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미회수 자금 등이 많아 지난해말 기준 7조2000억원의 부채가 남아 있는 실정이다.
특별계정의 자금지원은 일반적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부과 받은 부실 저축은행이 경영 정상화 이행기간 내에 자본금 증액 등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경우 이를 정리(계약이전, 청・파산 등)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위기를 겪는 저축은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는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때 예보의 구조조정 특별계정에서 자금이 투입된다.
하지만 보험료율 한도 조항이 폐지돼 보험료가 줄어들면 구조조정 특별계정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저축은행의 보험료율 한도가 크게 낮아지면서 고유계정은 2867억원 감소하는 반면, 특별계정은 4893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특별계정은 2026년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3년간 7조2000억원의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보험료가 줄어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정리 방안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법안이 존속해 있는 2026년말까지 도래하는 부채 규모를 추정하고 특별계정 상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행 제도 하에서의 보험료, 회수자금 등을 반영한 존속기한까지의 연도별 자금수지 시뮬레이션 및 부채 규모를 추정하고 시나리오별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 각 방안별 장단점을 비교·분석할 예정이다.
올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보험료율 한도 연장 법안을 검토하면서 “2026년 말 특별계정의 운영기간 종료 시까지 부채의 전액상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2026년말까지 약 2조원의 부채가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존속기한 일몰로 인해 예금보험료율 한도가 하향 조정된다면 특별계정의 잔여 부채 상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보험료율 한도 관련 법안에 대해 이견이 없는 만큼 비쟁점 법안으로 처리하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일몰 이전에 법안 연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법안이 일몰되더라도 올해 안에 연장 법안이 마련되면 보험료 수입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벌률 시행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대한 보험료분부터 적용하는 적용례 부칙’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회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겠다고 밝힌만큼, 여야가 비쟁점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살인자라’라고 발언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이달 국회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