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회복흐름, 경기 회복세” VS “내수부진, 성장률 하향조정”
“고금리에 내수부진” 우려에도 기재부만 ‘내수회복’
기재부 ‘최근경제동향 8월호’도 나홀로 “내수 회복”
2분기 GDP 역성장에 주요 기관은 성장률 줄하향
내수 부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부정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내수회복세’란 경기진단을 바꾸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마저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대비 1%포인트(p) 낮춘 2.5%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 8월호’에서도 이런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는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조짐을 보이며 경기가 회복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정부의 경기진단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완만한’이란 수식어를 붙여 여지를 조금 열어뒀다.
◆아직 ‘내수 회복중’이란 기재부 = 기재부가 매달 발표하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은 국내외 경기 흐름을 분석해 발표하는 경제 동향 보고서로 정부의 경기 진단 시각을 보여준다. 기재부는 이를 바탕으로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매년 2차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구체적 정책을 발표한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8월 그린북에서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조짐을 보이며 경기가 회복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그린북 7월호에서도 기재부는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과 내수가 회복되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7월에는 ‘내수 회복조짐 가세’이던 것을 이번에는 ‘완만한 내수회복 조짐’으로 바꾸었다.
기재부가 ‘내수 회복’이라고 판단한 배경에는 소비자물가 안정과 수출 회복세가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가공식품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2.4% 상승에 그쳤다. 지난달 물가는 2.6% 상승하면서 정부 목표치인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수출이 반도체 등 IT 품목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난 점도 주목했다. 지난 6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1% 증가했으며 상반기로 따져도 9.1%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수출 회복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7만2000명 증가한 2885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3월 이래로 41개월 연속 증가 세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 증가가 제조업 등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고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되면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만 장바구니물가는 아직 높고, 업종별로 회복 온도차가 있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내수회복 수준은 지표보다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가 경기회복 제약’이라는 KDI = 정부의 이같은 판단과 달리 KDI는 ‘수출은 회복세이지만 내수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내수부진이 경기회복 흐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KDI는 지난 8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최근 우리경제는 1분기에 이례적으로 높았던 성장세가 내수를 중심으로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2분기 GDP 증가세가 종전 3.3%에서 2.3%로 큰 폭으로 둔화한 데 이어, 전기 대비로는 0.2%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민간소비가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에 그치면서 투자도 둔화하는 등 내수 부진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준금리는 2020년 5월(0.50%) 최저점을 찍은 후 2021년 8월(0.75%) 소폭 상승하다 지난해 1월(3.50%) 최고점을 경신했다. 기준금리는 현재까지 3.50%가 유지되고 있다.
국내 소비 지출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분기 기준 1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분기로 따로 떼어 보면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부터 9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5년 이래로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기존 전망치인 1.8%보다 0.3%포인트 낮아진 1.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부문은 반도체 호조세가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기존 전망치인 2.2%보다 확연히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내수 부진이 파급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2.5%로 기존보다 0.1%P 낮췄다.
◆기재부 빼곤 성장률 전망 줄하향 = 이에 따라 KDI를 비롯한 주요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종전 전망치인 2.7%에서 2.4%로 낮췄다. 삼성증권도 종전 전망치 2.7%에서 2.5%로 내렸다. 유진투자증권과 흥국증권, KB투자증권도 각각 2.5%에서 2.4%로 내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3%까지 낮춰 잡았다.
내수를 두고 KDI와 주요 기관이 모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상황과 직결된다.
고금리 장기화와 함께 지나치게 몸집이 커진 부채도 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민간(가계+기업) 부채는 4959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206.5%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에선 유일하게 지난해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민간 부채가 늘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