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총장, 김건희 여사 사건 매듭짓나
명품백 사건 수사 막바지 …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변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심 선고 이후로 늦어질 듯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디올백 사건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검찰 안팎의 논란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이원석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수사팀이 다음달 12일 나올 2심 선고 결과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돼 이 총장 임기 내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2년전 취임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는 9월 15일 만료된다.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임기 동안 이 총장은 마약, 주식·코인 사기, 전세 사기 등 민생범죄 대응은 물론 대장동 개발특혜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 야당이 연루된 굵직한 수사를 지휘하며 사정기관으로서 검찰의 존재감을 재확인해 왔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사건을 매듭짓는 것과 함께 이로 인해 빚어진 조직 내부 갈등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김건희 여사 사건은 이 총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 온 만큼 임기 내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 총장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를 판가름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각각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의 대통령경호처 시설에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다.
이 총장이 지난 5월 초 전담 수사팀 구성까지 지시했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의 경우 조만간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검찰은 지난 13일 김 여사 측근 행정관을 다시 부르고, 다각도 검증을 통해 디올백의 동일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단계는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있는지, 처벌 가능하다면 어떤 법을 적용할지 등에 대한 검토다. 그간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청탁금지법 적용 가능성이 많이 거론됐다.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윤 대통령 직무 사이엔 관련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김 여사 기소는 불가하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또는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알선수재는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사람에 대해,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등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사람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17년 청탁금지법 해설서에서 공직자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제재할 순 없지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 제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간 파악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대통령 직무 관련성 등에 대한 법리 검토를 거쳐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르면 다음 주 사건처리 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앞서 김 여사 조사 방식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이 총장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기구다.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차원에서 지난 2018년 1월 대검찰청에 설치됐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에서 학식과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 위원 150~3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위원 15명이 수사를 계속할 것인지, 기소할 것인지 등을 판단해 수사팀에 권고한다.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될 경우 외부위원 일정 조율 등으로 인해 사건 처분에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의 경우 가을까지 처분이 미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명품 가방 사건과 달리 이 총장이 수사 지휘에서 배제돼 있는 데다, 내달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범들의 2심 선고가 나오는 만큼 수사팀으로선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사건 처분과 별개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를 사후 보고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대검 감찰부는 이 총장의 지시에 따라 사후 보고 경위 등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진행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후임자에게 짐을 넘기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진상파악 문제도 임기 중에 마무리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