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되밀친 취객 “공무집행 방해”
1·2심 “부당한 물리력에 대응한 것” … 무죄 판단
대법 “경찰 직무 잘못 판단” …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경찰관이 자신을 밀치자 여러 차례 되밀쳐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된 시민에게 대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 25일 0시께 서울 용산구의 한 파출소 앞에서 B 경위의 몸을 4차례 밀쳐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예약 차량이라는 푯말이 걸려 있는 택시에 탑승한 후 차에서 내려달라는 택시기사와 다툼을 벌이다 서울 용산구 한 파출소에 가게 됐다.
그는 택시기사가 실제 예약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승차 거부 행위 했다며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만 현장에 나온 경찰관 2명은 택시기사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A씨가 항의를 하다 경찰관 C씨에게 한걸음 다가가며 몸통을 들이밀며 항의하자 옆에 있던 경찰관 B씨가 그를 강하게 밀었고, A씨도 B씨를 여러 차례 민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가 경찰의 부당한 물리력 행사에 대응하기 위한 행위를 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은 상당한 시간 동안 항의를 계속했을 뿐 욕설을 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B씨가 피고인을 두 차례에 걸쳐 세게 밀자 피고인이 B씨를 밀게 됐는데, 경찰관들의 부당한 행위에 대항해 한 행위로 사회적 통념상 상당한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심도 “경찰관들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당시 B씨의 유형력 행사가 경찰권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오인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못 볼 바 아니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이 오인의 정당한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무죄 판단을 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위 사건을 경찰 소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고 판단해 승차 거부로 접수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재량 판단에 따른 직무 집행으로 볼 수 있다”며 “남성인 피고인은 여성인 C씨보다 더 큰 체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극도로 흥분한 피고인이 C씨를 실제로 도로 방향으로 미는 등 유형력을 행사할 경우 C씨가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처럼 피고인에게 자신을 제지한 B씨 행위가 위법하다고 오인할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이는 B씨를 밀친 피고인의 최초 행위를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있을진 몰라도 그 이후 여러 차례 걸쳐 먼저 B씨를 밀치며 유형력을 계속 행사한 피고인의 행위까지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인식에 어떤 착오도 존재하지 않고, 다만 경찰관의 직무 집행 적법성에 대한 피고인의 주관적인 법적 평가가 잘못됐을 여지가 있을 뿐”이라며 “피고인에게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