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쓴 역사를 혀로 덮을 순 없어”
이종찬 광복회장 기념식서 작심발언
독립기념관장 선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종찬 광복회장이 15일 제79주년 광복절에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정부 경축식과는 별개로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자체 기념식을 갖고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광복회는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6면
그는 이어 “한 나라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가의 기조가 흔들린다”면서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국가교육위원회 등에 뉴라이트 성향 인사가 잇따라 임명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회장은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며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건국절을 만들면 얻은 것은 단 하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면류관을 씌어주는 일이지만 (대신) 우리는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끝으로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친일사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올바른 역사 인식과 민족정신을 갖추지 못하면, 보수 진보 어떤 정치세력과 권력도 국민을 설득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