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주민들과 요리하고 밥상 나눔
강남구청장 공공시설 이용자와 연쇄 만남
작은 규모로 밀도 깊은 대화 ‘주민소통회’
“방울토마토를 간지럽힌다 생각하고 썰어보세요. 토마토도 슬금슬금 간지럽히듯 썰고….” “혼자 다 썰어요?”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내 공유주방. 조성명 구청장과 20~50대 주민 10여명이 토마토와 가지 등 채소 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프랑스 가정식 라따뚜이와 지중해식 샐러드에 들어갈 재료들이다. 강사 도움으로 애호박을 썰던 조 구청장이 한마디 던지자 옆 조리대에서까지 웃음이 터진다. 함께 요리하며 소통하는 ‘1인가구 쿡 스토리(cook story)’ 현장이다.
19일 강남구에 따르면 조성명 구청장은 지난 6월 말부터 다양한 공공시설을 찾아가 살피고 이용하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2024 주민소통회’를 하고 있다. 평소 각종 행사장이나 동별 현장방문 등을 통해 주민들과 만나고 있지만 이번에는 소규모 주민들과 더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는 취지로 소통회를 기획했다. 구는 “작은 목소리도 빠짐없이 듣고 행정에 담겠다는 구청장 의지가 반영됐다”며 “올해 총 12차례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도곡정보문화도서관에서 ‘다자녀 부모와 행복데이트’로 소통회 문을 열었고 7월에는 강남일원독서실과 논현2문화센터 이용자와 만났다. 이달 들어서는 강남장애인복지관 무장애체력단련실을 이용하는 주민과 간담회를 가진 뒤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를 찾았다.
5회째를 맞은 소통회에는 평소 공유라운지와 주방 상담실 스터디룸 등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구청장과 함께 요리를 하고 1인가구 정책을 제안하겠다며 합류했다. 센터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하는 주민들 대부분 하루 휴가를 냈고 자유계약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도 일정을 미루거나 조정해서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고 전했다.
제철 채소를 활용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식단을 택했다. 미리 준비한 채소 외에도 조리대 뒤편에 위치한 스마트 텃밭에서 여러 종류 상추를 바로 수확해 샐러드에 첨가하기도 했다. 조 구청장과 주민들은 4~5명씩 조를 나눠 음식을 준비한 뒤 주방 한켠에 있는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저녁을 들며 강남구 행정이나 1인가구 정책과 관련한 궁금증을 덜고 그간 생각해왔던 구상을 전하는 자리다.
주민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추가, 금연구역 내 흡연 문제, 청년 1인가구 주민에 대한 구청장의 생각 등을 묻는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조 구청장은 1인가구 주민을 위해 올해 펼치고 있는 50개 이상 사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세대별 지원정책 필요성을 피력했다. 흡연부스를 확대하고 불법전단지를 없애기 위한 공무원들 노력을 전달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참석한 주민들은 “맛있는 밥과 진심 어린 소통의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대치동에 사는 31세 청년은 “카페에서 쉬듯 평소 커뮤니티센터에서 독서를 즐긴다”며 “1인가구에 대한 구청장 생각이 궁금했는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역삼동 주민 이재은(43)씨는 “동네 아저씨와 식사하는 느낌이었다”며 “강남에 살아 행복하다”고 전했다.
조성명 구청장은 이날 1인가구에 이어 매달 1~3회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논현문화마루를 이용하는 독서동아리 회원, 여성능력개발센터 이용자, 파크골프장 이용 주민 등이 기다리고 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소중한 의견을 듣고 각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더욱 살기 좋은 강남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